[퇴출銀 이모저모]충청銀,퇴직금 직원계좌로 입금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사약(死藥)이나 다름없는 퇴출판정을 받은 대동 동남 동화 경기 충청 등 5개 은행은 29일 전직원이 출근 거부투쟁에 나서는 등 완강히 저항했다. 이에 따라 각 인수은행에서 파견된 ‘접수팀’들이 관련서류의 인수인계는 물론 전산망조차 가동시키지 못해 사실상 은행업무가 중단됐다.

경찰은 이날 5개 은행 본점과 지점 등 6백45개소에 8천7백명, 금융감독위원회에 1백2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충청은행이 금감위의 퇴출은행 발표를 앞두고 28일 오후부터 29일 새벽까지 전산망을 가동해 중간정산한 퇴직금 5백20억여원을 전직원 1천4백75명의 개인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

충청은행은 직원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3월부터 자진반납한 봉급의 일부도 직원들에게 환급.

이에 대해 하나은행 인수팀 관계자는 “업무시간 외에 전산망을 가동해 퇴직금을 마음대로 정산한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금감위로부터 퇴직금이 인출되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언급.

충청은행 유성구청출장소에선 온라인망 전선이 절단되고 개인용컴퓨터 전원버튼이 파손돼 있는 것을 인수팀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 이 은행 판암동지점과 둔산크로바지점에서도 온라인망 전선과 팩스와 연결되는 전화선이 각각 절단돼있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

○…국민은행은 이날 대구 대동은행 본점과 각 지점에 인수팀을 파견했으나 대동은행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은행금고와 전산망을 장악하는데 실패.

서울 필동 대동은행 서울본부에서는 인수팀 60여명이 2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오전9시경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의 도움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대동은행 직원들이 안 나타나 PC를 탐색하거나 서류철 등을 들춰보면서 장시간 대기. 국민은행측은 1층 영업점입구에 ‘대동은행 직원들의 업무협조거부로 은행영업이 당분간 지연되고 있으니 양해해달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출입문을 폐쇄해 은행을 찾은 일부 고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동은행과 몇년간 당좌거래를 해왔다는 한 고객은 “30일은 월말결산일이라서 당장 은행측과 상담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느냐”며 은행앞에서 발을 동동구르기도.

○…한미은행의 인수팀 1백여명은 이날 오전 7시 35분경 인천 남동구 구월동 경기은행 본점에 진입. 그러나 경기은행 직원들이 전날 전산망 암호코드를 바꿔놓고 퇴근한 뒤 출근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한미은행과 경기은행의 전산프로그램이 달라 전산망 재가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

○…주택은행의 동남은행 인수팀은 이날 오전 부산 금정구 구서동 동남은행 전산실을 접수했으나 전산실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전산망 가동에 실패하자 고객불편을 덜기위한 ‘초기대응팀’을 긴급 구성. 동남은행 서울본부에서는 인수팀이 각종 서류를 정리하느라 애를 먹는 모습.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인수반대 농성에 들어간 동남은행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최용권·崔龍權)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승계 및 생계보장에 대한 보장 없이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 비대위는 “그동안 은행을 이용해준 고객과 주주들에게 죄송하다”며 “인수저지를 위해 당분간 이 곳에 머물면서 다른 퇴출은행 등과 연대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

○…한미 하나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인수은행들은 직원중 20%가량이 인수팀으로 차출돼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막상 자행 은행업무를 보기도 힘든 실정. 이들 은행의 본점과 지점직원 상당수가 인수업무에 직접 참여했거나 지원작업에 매달려 있어 부분적인 업무공백이 빚어지는 상황.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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