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반 종묘산업 『씨가 마를판』…잇따라 해외매각

  • 입력 1998년 6월 27일 20시 10분


우리나라 최대의 종자업체인 흥농종묘(회장 이덕훈·李德勳)가 멕시코의 세계 최대 종자전문 다국적기업인 세미니스사로 넘어간다.

이에 앞서 작년10월 국내3위 종자업체인 서울종묘가 스위스의 다국적기업 노바티스에 팔렸으며 2위업체인 중앙종묘도 현재 세미니스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농업기반인 종묘산업이 완전히 외국자본에 넘어가게 됐으며 농민들은 앞으로 무 배추 등 모든 채소의 종자를 외국업체로부터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흥농종묘 관계자는 27일 “흥농종묘를 세미니스사에 1억달러(약1천3백억원)에 매각키로 최종합의했으며 29일 양측이 공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IMF체제이후 자금사정이 악화돼 세미니스의 자본참여를 추진했으나 세미니스측이 경영권을 요구해 일부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전부를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흥농종묘를 인수하는 세미니스사는 멕시코에 본사를 둔 다국적 종자전문기업으로 종묘분야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흥농종묘는 연간매출규모가 6백억원 정도지만 우리나라 종묘시장의 40%를 점유해온 최대 종자업체.

흥농종묘는 일제시대인 1936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고(故)이춘섭(李春燮)회장이 창업, 당시 종자불모지였던 국내에서 처음으로 채소종자를 우리손으로 생산, 공급한 대표적 민족기업이다.

흥농종묘는 창업이래 육종 외길만을 고집, 67년 세계최초로 웅성불임을 이용한 고추종자, 73년 세계최초로 종간잡종을 이용한 호박종자를 개발하는 등 지금까지 우수종묘 3백여품종을 개발, 보급해 94년에는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흥농종묘는 현재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각국에 진출해 있으며 우리나라의 토종씨앗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에 맞는 품종개발에 주력해왔다.

창업주인 이춘섭회장은 최근까지 세미니스와 매각협상을 벌이다가 과로로 쓰러져 3월26일 88세로 타계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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