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안기부장 관훈토론]『산업기밀보호법 제정 추진』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43분


8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李종찬국가안전기획부장의 관훈클럽 초청간담회는 ‘음지’에서 활동해온 안기부장이 처음으로 ‘양지’에 나온 자리였다.

이부장은 이 자리에서 안기부의 개혁과 북풍사건에 대한 견해, 북한정세 등 민감한 사안을 공개했다. 안기부측은 정치인 출신인 이부장의 입에서 혹시 ‘튀는 발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이부장도 이를 의식한 듯 “지금까지 정보기관의 장이 관훈클럽 주최 행사에 참석한 경우가 없어 초청장을 받고도 한동안 망설였다”며 여러차례 보도자제를 요청했다.

이부장은 이날 “인권침해 시비의 빌미가 됐던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의 적용을 최소화하고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에 수사를 이첩토록 하겠다”면서 “대공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접견권과 가족면회 등 적법절차를 철저히 이행하고 철야신문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수사방식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방북 등과 관련, 해외에 체류중인 인사들이 과거 행적을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면 일단 조사만 한 뒤 사법처리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과거 한국정부에 비판적이었던 해외체류 인사들도 정당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친북인사로 분류돼온 해외체류 인사에 대한 화합조치가 가시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반도체 통신 등 첨단산업 보호를 위해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기밀보호법 제정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부장의 기조발제가 끝난 뒤 대선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끈질기게 비판해온 이도형(李度珩)한국논단발행인이 첫번째 질문자로 나서자 토론회장에는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발행인은 “안기부의 인원감축은 개혁이라기보다는 숙청이나 혁명에 가깝다”고 지적한 뒤 ‘이대성 파일’의 공개여부를 물었다.

이에 이부장은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거나 자격이 없었던 사람 등 거품을 빼고 기동성있고 전문화된 인력을 발탁, 부가 강화됐다고 자평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이대성 파일’은 문서전체가 북한에 연계된 공작원들이 과장하거나 침소봉대해 보내온 ‘D브리핑’내용”이라고 밝혔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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