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亂특감 결과]「경제위기 3인방」명암 엇갈려

  • 입력 1998년 4월 10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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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정책은 유죄이고 무사안일은 무죄인가.”

10일 감사원은 외환특감 결과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반면 두 사람과 함께 ‘환란(換亂) 3인방’으로 지목됐던 이경식(李經植)전한국은행총재는 처벌을 모면했다.

한은이 이미 지난해 10월말부터 외환위기의 촉발가능성을 본격 거론했고 이전총재는 10월28일 부총리 주재 회의에 참석, 외환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할 일은 했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에 반해 강, 김 두 사람은 한은이 10월27일 위기의 심각성을 제기했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김전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외환위기의 결정적 책임자로 몰리게 됐다.

그동안 감사원은 ‘환란 3인방’중 이전총재에게만 ‘면죄부’를 줘도 괜찮겠느냐는 문제로 고민해 왔다. 하지만 공식 보고라인에 있던 강, 김 두 사람과 달리 이전총재는 공식라인에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사원은 ‘분리처리’로 결론을 내렸다.

일례로 필리핀의 경우만 해도 중앙은행 총재가 정기적으로 대통령에게 외환사정 등을 보고하도록 법규에 명문화돼 있지만 한국의 경우 어디에도 이런 규정이 없어 처벌근거를 찾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특감 실무자들은 이전총재의 처벌면제에 대해 다소 찜찜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청와대와 재경원에 사전 경고를 했다지만 나름의 정책적 조치를 방기한 것이라면 이 역시 직무유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전총재는 이미 경제부총리를 지냈으며 김영삼(金泳三)정부 초기 경제정책을 지휘한 인물. 이전총재는 외환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보고가 차단됐음에도 김전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 이어 11월10일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로부터 외환위기 보고를 받은 김전대통령의 전화를 받고서야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감사원은 감사위원회의를 앞두고 두 사람에 대한 죄질의 경중을 따져 ‘강전부총리는 고발, 이전수석은 수사의뢰’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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