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亂특감/구조적 문제점]경상적자 누적-금융부실 겹쳐

  • 입력 1998년 4월 10일 19시 57분


한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 외환위기는 왜 일어났고 누구의 책임인가. 감사원이 1월30일∼3월7일 벌인 ‘외환 금융관리실태 특별감사’를 토대로 10일 내놓은 ‘97년 외환위기의 원인분석과 평가’ 내용을 △구조적 측면 △정책 실패 △외환위기 보고과정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작년 후반기에 본격화한 외환위기는 대기업의 연쇄부도→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은행위기)→금융기관 대외신인도 하락→외환수급 악화→해외채무 상환불능(외채위기)→원화가치 폭락(외환위기) 순서로 진행됐다.

지난해 외환위기 현상은 3월에 처음으로 나타났으나 이때는 부도난 대기업이 적었고 외환보유고가 비교적 넉넉해 파국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았다.

외환위기는 고비용 저효율 경제체제의 문제점이 경상적자 누적, 단기외채 증가, 금융기관 부실화 등 직접적인 원인에 의해 증폭돼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상적자의 누적〓80년대 후반 흑자를 보이던 경상수지가 90년대 들어 지속적인 적자기조를 보였다. 93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경상적자는 무려 4백57억달러.

국내 대기업과 동남아 경쟁국들이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에 과잉투자를 하면서 공급과잉으로 주력수출 품목의 국제가격이 하락했다.

세계화정책으로 인한 해외유학 장려, 해외부동산취득한도 확대 조치 등으로 인한 민간부문 과소비도 한 몫 거들었다.

▼단기외채 증가〓9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외채는 8백80억달러가 증가, 지난해말 총외채 규모는 1천5백75억달러에 이르렀다. 이중 단기외채는 63.5%. 외환보유고의 3배에 이르는 규모였다.

97년들어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자 단기외채의 상환부담이 일시에 몰려 외채위기가 가중됐다.

▼대기업부도와 금융부실〓대기업들이 은행빚을 꾸어 과잉투자를 감행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 등에서도 동시에 공급과잉이 빚어져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하락을 초래했고 그 결과 채산성이 나빠진 빚많은 기업들이 연쇄도산했다.

한보 기아 등 7개 부실 그룹이 금융권에서 빌린 부실채권이 28조8천억원에 이르자 은행 등이 자금회수에 돌입,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쓰러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동남아 위기〓지난해 7월 태국에서 시작한 외환위기가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인접국으로 파급됐다. 그 결과 미국 유럽의 채권금융기관들이 아시아 지역에 빌려주거나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외환위기가 가속화했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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