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自 생산현장 르포]『소비불황 주름살 무섭네』

  • 입력 1998년 2월 25일 20시 02분


“자동차 판매가 상상밖으로 부진해 생산라인이 줄줄이 서있습니다. 작업일수가 줄어 월급이 절반으로 깎이니 소비불황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어요. 돈있는 사람들이 소비를 해줘야 우리 근로자들도 먹고 산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현대자동차 생산직 사원 K씨) 소비불황의 악순환이 자동차산업부터 시작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마저 극심한 판매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조업중단에 들어간 것. 공장가동률을 50% 밑으로 떨어뜨린 후에도 재고가 계속 늘자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생산공장별로 5∼11일씩 라인을 세웠다. 현대자동차의 지난달 판매대수는 1만7천대. 작년 월평균 판매대수(5만3천대)의 32%, 성수기인 작년 8월실적(6만7천대)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재고해소를 위한 조업중단으로 울산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2만1천7백여명이 졸지에 일감을 잃고 일시적이지만 직장 밖으로 내몰렸다. 임금삭감은 당연한 결과. 근속연수가 8.5년된 생산직 근로자 기준으로 공장 정상가동때 1백60만8천원이었던 월급여(연장근무수당 포함)가 최근 근무축소로 1백만원 내외로 줄었다. 이번 조업중단으로 11일간 일을 못하게 된 포터 생산라인 근로자의 경우 회사가 임금의 70%를 보전해줘도 다음달 월급여는 90만원을 넘지 못한다. 현대의 조업중단은 협력부품업체들의 조업중단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삭감으로 이어진다. 협력업체는 1차부품업체만 3백75개사, 직접고용인원만 총 11만3천명에 이른다. 일진산업 아폴로산업 등 경주에 있는 협력업체 대부분은 “이미 올들어 납품 물량이 50%이상 줄어 조업을 단축하고 있으며 조만간 아예 조업을 중단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현대시(市)’라고도 불리는 울산 경제도 엉망이다. 현대자동차 사원 이모씨(32)는 “월급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상황이 닥치자 울산 시내 상가에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업중단이나 임금삭감보다도 더 두려운 것은 정리해고 태풍. 현대자동차는 총 생산량을 작년 1백30만대에서 올해 90만대로 줄이겠다고 최근 노조측에 통보했다. 산술적으로 적용하면 현재 전체 근로자 4만6천명중 30%의 인력이 남아돈다는 계산. 이미 “회사측이 5천여명을 감원하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같은 위기감은 현대뿐만 아니다. 쌍용자동차가 16일부터 한달간 휴업에 들어갔으며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도 아벨라와 트럭생산을 중단했다. 대우자동차도 조업을 대폭 단축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이 국내 제조업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년기준 10.13%로 판매 금융 등 연관산업의 생산유발효과까지 계산하면 30%대에 이른다”며 “자동차 판매부진이 계속되면 산업의 30% 이상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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