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국민과의 대화]『정리해고는 실업해결 최선의 길』

  • 입력 1998년 1월 19일 07시 46분


“지금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다.” 18일 국민과의 TV대화에서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노동계를 향해 던진 말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고용조정(정리해고제)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날 대화에서 김차기대통령은 “정리해고제 도입이야말로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는 ‘순환론적 역설(逆說)’을 강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해 1백만명 내외의 실업자가 생기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실업을 막기 위해서는 도산위기에 빠진 기업을 살려야 하고 기업을 살리려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길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차기대통령은 “국내에는 도산상태에 빠진 기업을 인수할 기업이 없다. 결국 외국자본이 이들 기업을 사서 운영해야 하는데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게 해줘야만 외국 자본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다시 “나라가 망하면 100%를 잃는다. 그러나 정리해고를 하면 20%가 해고되고 80%는 해고를 피할 수 있다. 정리해고를 해서 기업이 살아나면 나머지 20%도 직장을 다시 얻게 된다”고 정리했다. 외국의 예도 들었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은 실업률이 4.3%에 불과하나 정리해고를 못하는 프랑스는 실업률이 12%에 이른다는 것. 그러면서 김차기대통령은 우리 기업을 인수하는 외국자본에 임금삭감 등으로해고를 줄여줄 것을 설득하고 불가피하게 실직한 노동자에게는 실업수당 확충과 재취업알선 교육 등을 통해 생계를 뒷받침하겠다는 실업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우선 “현재 실업수당 등 실업대책을 위한 기금이 약 2조1천억원 정도이며 연말까지 3조원 이상을 마련하면 약 6백50만명을 대상으로 실업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예산 감축이 불가피하지만 실업대책을 위한 예산만은 절대로 깎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캉드쉬총재와 만났을 때도 노동자의 실업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이 적자가 난다해도 묵인하겠다는 언급을 받아냈다”고 소개했다. 여성노동자가 우선 해고대상이 되고 있다는 성차별적 해고사례에 대해서도 “노동부장관에게 그런 문제가 없게끔 정부가 철저히 조사하고 단속하도록 요청했으며 앞으로 이를 막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조의 정치활동과 민주적 노동운동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노동계가 정리해고를 수용하면 노동계의 숙원인 정치적 자유와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타협점을 제시한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정리해고 법제화에 대한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듯 노동자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강조하며 노동계 설득에 주력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정리해고가 말이 쉽지 당사자에게는 사형선고와 같고 가족들의 명줄을 끊는 것”이라며 “노동자 여러분은 나와 40년 동지다. 일생을 노동자를 위해온 내가 대통령이 됐으니 나를 신뢰하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협조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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