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제, 대책없는 곤두박질…주변국 금융위기 영향

  • 입력 1998년 1월 12일 20시 22분


한때 그렇게 잘 나갔던 홍콩경제. 그러나 요즘은 날개를 잃은 듯 추락하고 있다. 새해 들어 홍콩의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하락을 계속해 12일 오전까지 무려 2,771.14포인트(28%)나 폭락한 7,909.13을 기록했다. 몇주내에 7,000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부동산가격의 하락도 이에 못지 않다. 주택과 사무실가격은 지난해 가을에 비해 40% 가량 내렸으나 매물만 나와 있을뿐 원매자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홍콩에 본거지를 둔 캐세이 퍼시픽항공은 평균 좌석점유율이 40%에도 못미치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홍콩관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관광객중 ‘큰 손’에 속했던 일본과 한국 관광객의 수는 최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줄었다. 이에 따라 쇼핑천국이라는 평을 듣던 홍콩의 상가는 파리를 날리고 있다. 요식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홍콩요식협회에 따르면 앞으로 9개월내에 홍콩에서 영업중인 1만여개의 요식업체중 8백개 이상이 문을 닫을 전망이다. 홍콩경제가 최근 이처럼 곤두박질하고 있는 것은 안팎의 상황이 점차 나빠지고 있기 때문. 홍콩달러에 대한 투기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주가의 하락과 모기지 론(주택구입금융) 이율의 상승을 가져온다. 이는 또 부동산가격의 하락과 부동산관련 주가의 연쇄하락을 불러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홍콩경제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은 미래에 대한 신뢰감의 상실. 주변 아시아국가에서 계속되는 금융위기와 화폐의 엄청난 평가절하는 홍콩의 경제적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해 홍콩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또 미국달러에 대한 홍콩달러의 고정환율제가 조만간 풀리고 중국의 인민폐마저 평가절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홍콩의 경제안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홍콩〓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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