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다 포기해도 실명제만은』…보완입법 추진 불만

  • 입력 1997년 12월 29일 20시 20분


금융실명제 보완입법에 대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가 「국제통화기금(IMF)정국」에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주 고건(高建)총리와 임창열(林昌烈)부총리를 불러 무기명 장기채 발행과 금융종합과세 유보를 골자로 한 금융실명제 보완입법이 실명제의 기본골격을 흔드는 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강력히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청와대가 29일 입을 모아 실명제유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도 이같은 김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실명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소신과 집착은 대단하다는 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대통령은 실명제유보가 「역사의 후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금융실명제가 마치 경제파탄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 대해 「본말(本末)이 전도된 정치논리」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치권이 돈세탁방지법은 처리를 미루면서 실명제유보를 추진하는 밑바닥에는 「정치자금의 파이프를 끊어서는 안된다」는 저의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감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실명제유보에 반대하는 논리는 △실명제의 부작용이 이미 경제에 충분히 반영돼 유보한다 해도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데다 △IMF의 요구조건에 배치되며 △자칫 경제정의만을 후퇴시키는 역작용만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고민은 각 정파가 대선과정에서 일제히 실명제보완을 공약,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라는 사실이다. 결국 청와대가 거부권행사라는 극한수단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도 국민 여론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의 일부 핵심관계자들은 김대통령에게 실명제의 관철을 위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이미 강력히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가 처한 정치적 상황속에서는 무리」라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최종적인 입장정리는 김대중(金大中)당선자 진영과의 사전조율을 거친 뒤 이뤄질 전망이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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