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서방선진국(G7)의 달러화 조기 지원 방침으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던 환율이 26일 한껏 풀이 죽었고 시장금리도 상승세가 주춤했다. 그러나 아직 안정세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 외환시장 ▼
원―달러환율은 달러화 조기지원 방침의 약효가 그대로 먹혀들었다.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사자」는 측의 호가는 1천2백원, 「팔자」는 측의 제시가격은 1천7백원으로 무려 5백원차이가 났다. 양쪽의 호가는 일단 이날 기준환율(1천8백50원)보다 큰폭 떨어진 것이어서 환율하락 예상을 낳았다.
외환딜러들은 국가부도라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넘긴데 안도하는 분위기였으며 그동안 달러값을 부풀리는데 한껏 기여한 은행 종합금융사들의 달러수요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당 1천4백∼1천5백원대가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이나 은행 입장에서 볼때 연말(31일) 환율이 높은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
은행의 경우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는데는 환율안정이 필수적이고 기업들도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율이 더 떨어져야 된다.
문제는 내년 1월. 통상 연초에는 달러화 결제수요가 많아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여기에다 해외 금융기관들이 서둘러 한국에 대한 크레디트라인(차입한도)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현재 정부가 분류하고 있는 장기부채의 대부분이 1년마다 채권회수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풋옵션)이 달려 있어 언제 단기채무로 돌변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 자금시장 ▼
이날 발행된 회사채 2천2백20억원어치중 대부분을 발행사가 되가져가는 바람에 실제 거래는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대우통신이 가까스로 연 27%에 팔렸다.
삼성 선경 LG 등 대그룹들은 회사채를 발행하고도 금리 부담때문에 선뜻 내다팔지 못하는 모습이다. 3년동안 연 27∼30%의 고리(高利)를 부담하고 자금을 조달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 이보다는 금리가 회사채보다 훨씬 높지만 90일짜리인 기업어음(CP)이 오히려 속편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주택은행 등 자금사정이 좋은 일부 은행만 회사채를 쳐다볼뿐 투자신탁 증권사들은 아예 매수를 포기한 상태.
대우증권 채권팀관계자는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달러화 조기지원 결정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자금시장은 IMF자금 지원 이후에 대한 걱정때문에 금리가 급하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삼성증권을 통해 만기가 1년 남은 삼성중공업 무보증 전환사채(CB) 1백85억원어치(액면가는 1백57억원)를 사가 이들이 본격적으로 채권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대두.
▼ 주식시장 ▼
IMF 등의 긴급자금 조기지원으로 국가부도의 위기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투자심리를 급격히 회복시켜 개장 전부터 상한가로 「사자」 주문이 폭주했다. 반면 「팔자」주문은 자취를 감춰 이날 거래량은 6천8백여만주로 평소보다 훨씬 적은 편.
그러나 한계기업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주가양극화」현상이 심화해 주가 폭등속에서 1백75개의 하한가 종목이 쏟아졌다. 공기업화 대신 포드 또는 삼성그룹의 인수설이 나돈 기아자동차 등은 상한가까지 올랐다.
〈이강운·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