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입 1년]초라한 한국 위상

  • 입력 1997년 12월 12일 20시 16분


『국가신용도가 올라가 해외차입 금리는 곧 떨어질 겁니다』 지난해 12월12일 한국이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을 때 협상을 주도했던 관리들은 한국이 가입함으로써 얻게 될 효과를 자신있게 설명했다. 그러나 꼭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국가신용도는 회원국이 아닌 말레이시아보다도 더 낮아졌으며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 채권은 정크본드(일명 「쓰레기채권」)로 전락했다. 「OECD회원국 한국」의 위상은 1년 사이 어떻게 변했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입 당시 1만6백40달러로 29개 회원국 중 23위였던 것이 최근 급격한 환율인상 등으로 인해 9천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 이 경우 24위 쯤으로 한단계 내려갈 것 같다. ▼외환보유고〓가입당시 총외환보유고 3백32억달러로 8위를 차지했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이것 저것 끌어모아 1백24억달러 수준. OECD 29개국 중 23위 정도. 체제 전환국인 폴란드나 체코와 비슷한 규모다. ▼성장률〓한국의 가입 당시 경제성장률은 7.1%로 OECD국가 중 3위. 여러 경제지표 중 그나마 상위권에 랭크된 지표였으나 내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따라 2.5∼3.0%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이 경우 성장률 순위는 15위 정도가 될 것 같다. ▼신용등급〓무디스가 한국의 OECD가입 당시 매겼던 국가신용도(장기 외화표시채권 신용등급)는 상위 다섯번째 등급인 A1. 1년후 4단계가 더 떨어진 Baa2로 하향조정했다. S&P 역시 1년전 상위 여섯번째인 A에서 4단계를 내린 BBB―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자본시장〓한국의 OECD가입 과정에서 가장 큰 관문은 자본시장의 개방이었다. 그 때문에 멕시코사태와 유사한 외환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당시 한국 대표단은 「거시경제가 호전되면」, 「내외금리차가 2%이내로 좁혀지면」이라는 애매한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관문을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1년 후 한국은 거시경제가 죽을 쑤고 내외금리차가 20%에 육박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IMF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채권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를 50%까지 열어주었다. 자본시장을 열기도 전에 금융외환시스템이 붕괴돼 타의로 자본시장을 열어 OECD와의 약속을 조기에 이행한 셈이 됐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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