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실무자 경제위기 고백]『국민들이 돌 던지면…』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한국은행 국제부 외환실무자들은 『국민들이 돌을 던지면 맞을 수밖에 없으나 구체적인 책임을 털어놓으라면 난감한 일』이라고 말했다. 외환관리 권한과 책임이 재정경제원에 있고 지난 2월 한보사태 이후 재경원에 10여 차례나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으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보고를 했기 때문. 종합금융사들의 무분별한 단기해외차입금 문제에 이어 7월에 기아사태가 터지자 국내 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은 함께 요동치기 시작했다. 사태가 악화하는 마당에 홍콩 주가폭락사태로 결정타를 맞게 됐다. 홍콩에서 놀란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도 돈을 빼기 시작했다. 환율은 뛰기 시작했고 환율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풀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한은 국제부 관계자는 『이때 외환보유고를 낭비했다고 질책하면 할 말이 없다』면서 『그러나 남편(금융기관과 기업)이 돈을 펑펑 써댄 뒤 신용카드결제대금이 왜 이렇게 많으냐고 아내(외환당국)에게 따지는 꼴』이라고 불만스러워 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정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은 피하고 싶었다』면서 『한은이 IMF에 가야 한다고 재경원과 청와대에 촉구한 것은 11월6일경인데 그마저도 더디게 진행돼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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