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부도]현대 왜 손뗐나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한라그룹이 심각한 자금난 속에서도 그나마 한동안 버텨온 데는 현대그룹의 도움이 컸다.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한때 사이가 멀어졌던 동생인 정인영(鄭仁永)한라그룹 명예회장과 지난 해 화해한 뒤 한라그룹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 지난 3일 한라그룹이 종합금융사의 집중적인 자금회수로 부도위기에 몰렸을 때는 박세용(朴世勇)현대그룹 종합기획실장이 직접 금융기관을 돌며 한라의 부도를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또 지난해 부터 올 8월까지 국민투자신탁 현대종합금융 현대증권 등 3개 현대 계열 금융사를 통해 한라의 기업어음(CP) 7천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상선이 한라중공업의 인천조선소를 1천억원에 매입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4일부터 한라 지원에 한계를 느꼈고 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신탁통치시대」를 맞아 재벌해체 움직임까지 가시화되자 「아우」그룹 지원에 두손을 들고 말았다. IMF 구제금융시대를 맞아 현대그룹 자체도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다 올해 현대전자의 적자규모가 1조원에 달하고 현대자동차의 경영상태도 크게 악화돼 자금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업계에선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라중공업 한라해운 등이 제삼자에 매각될 경우 결국 현대그룹과 성우그룹 등 「형제」그룹들이 분할인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6일 『지금 어느 기업을 인수할 상황이 아니다』며 『한라그룹 계열사도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주영명예회장은 한라 계열사의 일부를 인수할 것을 검토하고 있으나 실무진이 현대마저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한라중공업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제삼자 매각이 추진될 경우 인수를 검토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인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오윤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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