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법에 정해진 최고수준인 연 25%의 이자를 주겠다고 통사정해도 도무지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종합금융사 증권사 등 금융기관조차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
금융기관들이 모두 비실비실해져 금융시장의 자금중개시스템이 마비상태에 빠졌고 이 바람에 기업들의 연쇄부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상황〓5일 자금시장에서는 회사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0.34%포인트 오른 연 19.19%를 기록, 91년12월이후 6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 3개월짜리 기업어음(CP)금리는 전날에 이어 법정이자 상한선인 연 25%로 치솟았다. 하루짜리 긴급 자금인 콜금리는 연 24.93%. 그런데도 거래는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돈흐름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날 삼성 LG 대우 선경 등 4대그룹이 무려 6천3백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중 삼성전자는 1천억원어치를 되가져갔다.
대그룹들도 회사채를 매입해 준다면 연 19%대의 고금리를 감수하겠다는 자세이고 중견기업은 자금시장에 아예 얼굴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
▼왜 이런가〓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은 우선 금융기관간 자금 흐름이 차단되면서 일어났다. 은행에서 종합금융사 증권사로 자금이 공급되면 종금 등은 이 돈을 기업대출에 활용한다. 그런데 최근 종금사 등이 연일 계속되는 예금인출 사태로 부도위기를 맞으면서 은행이 돈을 내주지 않고 있다.
종금사마저 만기자금을 결제하지 못해 결제시간을 늦추는 연장(사실상 부도)에 들어가는 상황인데 기업에 단기자금을 꿔줄 수 없는 것이다.
종금사와 증권사는 원래 은행 등에서 긴급자금(콜자금)을 빌려 부족자금을 메워왔는데 지금은 종금사가 연 25%의 이자를 주겠다는 데도 은행이 콜자금 공여를 기피하고 있다. 종금사에 돈을 빌려주면 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종금사의 부도위기는 즉각 파이낸스 등 이른바 제3금융권의 부실화를 촉발,파이낸스의 경우 연말까지 수십개가 쓰러질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에서도 이달들어 2천억원 이상의 예금이 인출되는 등 수신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어 금융기관 자금난이 본격적으로 은행권으로 진입한 양상. 한 시중은행 임원은 『요즘 분위기로는 기업 연쇄부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