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반가운 「하이에나 산업」…도산업체 뒤처리로 재미

  • 입력 1997년 10월 19일 19시 55분


불경기가 오히려 반가운 업종도 있다. 「하이에나 산업」. 죽은 짐승을 먹이로 삼는 하이에나처럼 불황에 쓰러지는 업체들이 많을수록 재미를 보는 업종을 이렇게 일컫는다. 대표적인 것은 간판제작업. 불경기에는 폐업만큼이나 개업과 전업도 많아 「새 간판」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간판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 관수동 일대에는 2,3년사이 업체수가 2백여 개에서 3백여 개로 늘었다. 이곳 간판업체인 대한기획공사의 윤성철대표(36)는 『간판업체 수가 많아졌는데도 업체들의 매출액이 대부분 전년보다 15∼20%씩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 변두리에는 카센터의 한쪽 모퉁이에 컨테이너 박스만 설치해 놓고 영업하는 간판업체들도 급증하고 있다. 다음은 「점포정리업」. 점포정리업체는 식당이나 술집의 폐업 때 50만∼3백만원을 들여 폐기처분해야 할 주방기구를 1백만∼2백만원에 구입, 수선해 새로 문을 여는 가게에 4백만∼5백만원에 판다. 한 업자는 『이런 업체들은 2년 전 수원에서 바람을 일으킨 뒤 서울 인천 등으로 확산돼 지금은 전국적으로 2천개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용품 점포 3백여개가 몰려 있는 서울 황학동 중앙시장에는 지난 1년 동안 식당정리 전문업체만 10여개가 생겼다. 「땡처리전문업체」는 부도를 낸 의류업체나 백화점 등에서 미처 팔지 못한 「땡옷」을 정상가의 5∼20%에 사서 할인매장에 판다. 2,3년 전 50여개에 불과했으나 최근 4백여개로 늘어났다. 학교 운동장이나 건물의 지하실 등을 임대해 땡처리 행사를 마련하는 이벤트업체도 2백여개가 생겼다. 부도업체나 명예퇴직자 등이 많을수록 고객이 몰리는 창업컨설팅업체는 지난 1년 사이 6개에서 40여개로 늘었다. 한국사업연구소의 나대석소장(36)은 『「하이에나산업」은 불황 때 번창하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곧 사양길에 접어드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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