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화의신청배경-전망]정부『뒤통수맞은 기분』대책분주

  • 입력 1997년 9월 22일 20시 05분


기아그룹 부도유예 만료(29일)를 일주일 앞두고 22일 불거진 「화의 신청」변수를 놓고 당사자인 기아는 물론 정부 채권금융단 등은 각기 향후 기아처리 진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의신청 배경〓김선홍(金善弘)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경영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화의는 기업이 경영권을 보장받으면서 주도적으로 기업회생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 또 매각가능성이 높은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 기아인터트레이드까지 화의신청을 냄으로써 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계열사가 끝내 부도처리될 경우 매각과정에서 결정권이 채권단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을 우려한 것. 기아그룹은 이날 『채권단이 기존채무상환 유예 등 기아자동차에 대해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계열사 부도시 제3금융권의 채무상환요구로 인해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며 『화의절차를 통해 현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제3금융권의 부채까지도 약 5년간 채권유예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아측은 화의의 핵심인 채무변제조건을 밝히지 않았는데 「재산보전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채권단과 추후 협의하겠다」는 입장. ▼정부 채권단 반응〓기아의 전격적인 화의신청에 대해 「잠결에 뒤통수를 맞은」 당혹스런 표정으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당초 △일정기간 동안 채권 원리금상환을 유예하고 △김회장의 사표와 노조 동의서를 제출하는 경우 △추가자금 지원을 통해 △기아자동차 하나만이라도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기아사태의 얽힌 실타래를 풀 계획이었다. 재정경제원 윤증현(尹增鉉)금융정책실장은 『기아가 제3금융권으로부터 채무상환유예 동의서를 받기가 여의치 않자 화의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놓은 것 같다』고 풀이했는데 재경원 일각에서는 『기아측이 김회장 중심의 경영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모험을 하고 있다』며 못마땅해하는 표정.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도 이날 유시열(柳時烈)행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화의에 동의할지 여부를 논의, 기아측이 제시한 화의조건을 본 뒤 결정키로 했다. 종합금융 파이낸스 등 2,3금융권은 『화의에 선뜻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안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의 받아들여질까〓채권단은 24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화의에 동의할지 여부를 공식 결정할 방침이지만 일단 이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긍정 검토중이다. 제일은행의 윤규신(尹圭信)전무는 『금융기관들 사이에 기아자동차를 파산시킬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아시아자동차 등은 제삼자인수 등 정리를 전제로 화의신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채권금융기관들이 이들 3개 회사의 화의 신청에 동의하더라도 기존에 정해 놓은 처리방향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 조흥은행의 고위관계자는 『4개사의 화의 신청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융권으로서는 달리 대안이 없으므로 일단 화의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부도유예협약을 통한 정상화는 제3금융권이 채권유예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미 물건너 간 상태이고 법정관리는 채권유예기간이 10∼20년으로 5∼7년인 화의보다 길고 원리금 삭감과 유예범위가 넓어 채권금융기관들로서는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의가 무산돼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재경원 관계자는 『채권단의 화의 동의 여부는 화의조건에 달려있다』며 『기아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는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영이·이강운·임규진·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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