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車산업 구조조정」보고서,對정부 로비용 가능성』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지난 4월 공개돼 파문을 던진 삼성자동차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보고서가 「한 직원의 개인적 자료」라는 당시 삼성측 주장과는 달리 그룹 차원에서 기아 인수전략의 하나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재계에서 증폭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삼성그룹 비서실이 작성한 「신수종(新樹種)사업 계획서」(22일자 본보 1면 보도) 속에 기아 인수계획이 담겨있음이 밝혀짐에 따라 확산되고 있는 것. 재계 관계자는 23일 『지난 3월 작성된 신수종사업 계획서에는 총론을, 4월에 작성된 구조조정 보고서에는 기아인수를 위해 정부가 취해야 할 구체적인 사항을 담고 있다』며 『삼성이 치밀한 계획 아래 대정부 로비용으로 구조조정 보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신수종사업 계획서에는 「기아자동차 인수 분위기 및 여론을 조성→이를 위해 자동차산업의 조정에 대한 정책건의를 강화하고 정부와의 공고한 공조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쓰여 있다. 이어 한달 뒤에 만들어진 구조조정 보고서에는 기아의 경영난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현재로는 정부의 간접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최소한도의 세제지원, 규제완화, 한시적인 예외인정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재정경제원이 실제로 △출자총액제한 완화방안을 검토하고 △합병차익에 대한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한 것은 정부와 삼성의 연계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삼성 보고서 파문은 자동차업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는 다음주초 긴급 회장단회의를 열어 삼성측에 공식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기아살리기범국민엽합도 23일 서울역광장에서 기아그룹과 협력업체 직원 전국자동차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 등 2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갖고 정부―삼성 연계설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오는 31일 정부와 삼성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기로 해 보고서파문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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