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수익성(收益性)」바람이 불고 있다. 고성장시대에 자주 거론하던 「얼마나 팔아서」 「얼마 이익을 냈는지」보다 자산을 활용한 결과 얼마나 짭짤한 사업을 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것.
LG그룹은 지난해부터 기업활동에 사용한 자본(자산)의 이익률(ROIC)을 계열사 경영평가 기준의 하나로 삼았다. 올해는 한걸음 더 나가 수익률에 자본비용 개념을 가미한 「경제적 부가가치(EVA)」지표를 국내 그룹중 최초로 도입한다. EVA는 세금을 내고 남은 영업이익에서 사용한 자본의 비용을 뺀 것. 자금조달 비용 및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외국 우량기업들이 채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포항제철도 EVA지표를 내년 상반기중 도입, 계열사 및 공장별 수익성을 엄격히 따질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구체적인 자본비용을 파악하기 어려워 이 지표 도입을 일시 유보했으나 계속 검토중이다.
지난 95년부터 구조조정 작업에 나선 두산그룹은 올해 계열사별 ROIC가 금리보다 낮은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8.5%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미은행의 金振晩(김진만)행장도 지난달 말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이익량보다는 투입자본에 비해 짭짤한 이익인지를 따지겠다는 것.
대기업들이 잇달아 수익성위주 경영을 표방한 것은 수익성 평가를 해보면 돈(자본)을 들인 만큼 제대로 장사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수 있기 때문.
李元欽(이원흠) LG경제연구원 이사는 『수익성 경영은 기업이 본 사업에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남겼는가를 파악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고 『때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기업들이 제 궤도를 찾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