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협력업체, 사채시장 몰린다

  • 입력 1997년 7월 22일 20시 01분


기아자동차에 실린더헤드제품 등을 납품하고 있는 인천의 S사. 이 회사는 최근 기아사태로 회사 설립이후 한번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었던 사채시장을 찾고야 말았다. 기아로부터 물품대금으로 받은 12억4천만원을 할인받기 위해 수없이 은행문턱을 넘나들었지만 결과는 불가판정. 이 와중에 지난 21일 자체발행한 어음 7억3천만원이 교환에 돌아온 것. 결국 회사에서 갖고 있는 3억4천만원을 뺀 4억원을 사채업자에게 월 3부이자를 주고 빌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기아 납품업체와는 거래를 않겠다는 사채업자에게 통사정을 해서 빌린 것. 이 회사는 오는 25일 또다시 자체발행한 2억5천만원의 어음이 돌아오지만 현상태로는 사채시장에 매달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이 회사 자금부장은 『어음할인 담보대출 등을 할 수 없는 상당수의 업체들이 사채시장에 몰리고 있다』며 『4,5부를 주고라도 빌릴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기아 협력업체 애로신고센터에 접수된 기아사태 피해액은 지난 21일 현재 1천6백20억원. 피해업체는 갈수록 늘고 있으며 어음교환이 집중되는 이번주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아 협력업체의 자금난에 대해 은행들은 냉담하기만 하다. 정부와 은행감독원이 잇따라 협력업체 지원조치를 냈지만 은행창구는 내 몸사리기에 급급하다. 『기아 협력업체들이 선의의 피해자이고 구제를 받아야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부도가 나면 담당자의 책임으로 돌아가는데 누가 어음할인을 해줄 수 있겠느냐』(한 금융권 관계자) 한편 철강 알루미늄 석유화학제품 등을 공급받아 기아에 납품할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번주부터 원자재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원자재업체들이 외상으로는 자재를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기아자동차에 머플러를 공급하고 있는 W사는 지난주부터 기아자동차 애프터서비스센터에 대한 납품을 중단했다. 원자재 부족으로 당장 기아자동차 생산라인에 공급할 부품 생산에도 허덕이고 있기 때문. 알루미늄의 공급 중단으로 8대의 기계중 3대밖에 가동하지 못하는 삼기기공의 金相賢(김상현)사장은 『현금확보가 안되면 8월들어 상당수의 업체가 조업중단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광암·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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