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 있던 은행 금고문이 닫히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은행 금고문은 근무시간에 언제나 반쯤 열려 있던 것이 한결같은 은행 점포 풍경이었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고문을 일부러 열어두었던 것은 금고문의 두께를 과시, 고객이 믿고 돈을 맡기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우리 은행은 두껍고 육중한 금고문 만큼이나 안전하니 믿고 돈을 맡기라는 암묵적인 표현.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금고문을 열어놓은 은행 점포가 크게 줄었다.
신설 점포들은 금고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하는 추세이고 기존 점포들 중에서도 금고문을 닫고 그 자리에 커다란 이미지 홍보물을 걸어두는 곳이 많다.
이같은 변화는 은행선택 동기로 「물리적인 안전」의 중요성이 퇴색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신 은행의 이미지를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삼는 고객이 늘고 있다.
금고문의 두께를 통해서가 아니라 「저 은행은 대형부도에 연루되지 않는다」 「경영실적이 우수하다」는 등의 이미지를 통해서만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게 됐다는 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