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공사비 과도증액]先착공 後설계…잦은 계획변경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경부고속철도의 공사비 증액은 지난 92년 6월 착공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설계도도 없이 지도를 보고 그은 노선만 가지고 공사를 시작했다. 우선 용지를 구입하고 노선의 기초공사를 하면서 설계도를 그리고 차종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당초 정부는 지난 89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5조8천억원을 공사비로 책정했다. 정부는 차종이 프랑스의 TGV로 결정되고 차량가격이 정해지자 공사착공 다음해인 93년 6월 4년 전 책정한 공사비를 10조7천억원으로 조정했다. 당시 한국고속철도공단은 13조8천억원의 공사비를 요구했으나 재정경제원과의 협의에서 이렇게 깎였다. 선착공 후설계, 실제 선정된 차종에 따른 설계변경 등은 모두 공사비 증액요인으로 작용했다. 1차공사비 조정 이후에도 △대전 대구역사 지하화 △경주노선변경 △붕괴위험이 있는 상리터널노선 우회 등 거액의 공사비를 수반하는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 또 차량기지창의 위치와 용지매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돼 공사가 지연됐다. 이같은 계획변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중대한원인이 됐다. 또 89년에 비해 환율 인상에 따른 환차손이 1조원에 달하고 물가가 인상된 점도 공사비 증액의 요인이 됐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고속철도의 지하역사는 일본 도쿄의 우에노역밖에 없다』면서 『대전 대구 지하역사는 약 1조원의 공사비를 추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같이 중요한 문제가 정치적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계획변경 등에 따른 공기연장도 큰 문제다. 건교부는 3년 정도 공기가 연장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2002년에 개통하려던 계획이 2005년으로 바뀔 전망이다. ㎞당 사업비는 현재 2백51억원이나 3백99억∼4백46억원으로 늘어날 위기에 놓여있다. 하지만 아직도 설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공사비가 더 늘어날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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