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한번 지키려다…」.
㈜신동방의 적대적 인수합병(M&A)작전에 시달리던 미도파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해 백기사(白騎士)로 나섰던 LG종합금융 삼성생명 한국생명 등 재벌그룹 계열 금융회사들이 곤경에 빠졌다. 대농그룹이 사실상 부도사태를 맞는 바람에 지난 3월 인수한 미도파 사모(私募)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하루 아침에 부실채권으로 변해버린 것.
인수규모는 LG종금 2백억원, 삼성생명과 한국생명이 각각 1백50억원. 재벌그룹 공조(共助)의 깃발아래 신동방측 M&A를 무산시킨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제는 돈을 얼마나 떼일지 가슴 죄는 형편이 됐다.
BW를 주식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선뜻 그럴 수는 없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약 3만원인데 20일 현재 미도파 주가는 7천4백90원에 불과하기 때문.도리없이 만기인 2000년 3월까지 미도파의 정상화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한 BW 인수사 관계자는 『인수 당시 대농그룹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매수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으나 의협심을 앞세운 「상부」에 의해 묵살됐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