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콧대높은 官』 어느 中企人의 『분노』

  • 입력 1997년 3월 11일 12시 31분


5백평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행정기관을 뛰어다닌 거리가 14만㎞, 관청에 낸 각종 서류만도 1만쪽이 넘는 한 중소기업인이 6년째 허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미 10억원을 날렸고 담보로 맡긴 아파트마저 경매처분될 위기에 놓인 문성환경 尹炳吉사장(52·서울 강남구 청담동)은 『정부의 행정규제 완화는 헛구호에 불과하다』며 한국에서 기업일구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10일 동아일보에 호소해왔다. 재이손산업 李永守(이영수)사장의 경우를 연상케 하는 윤사장은 지난 91년 연간 4천t에 달하는 병원폐기물이 불법 매립되고있다는 말을 듣고 병원폐기물을 처리하는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허가 절차를 알기 위해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서울시 경기도를 1년반동안 발이 닳도록 찾아 다녔다. 이 과정에서 국토이용관리법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병원폐기물 처리규정이 빠져있었던 것. 그는 행정쇄신위원회에 문제조항을 바꾸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행쇄위는 93년7월 윤사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토이용관리법을 개정했고 윤사장은 이 공로로 대통령표창까지 받았다. 윤사장은 2년의 시간을 허비했지만 이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 94년2월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땅을 사 공장설립 허가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군청측은 『좋은 일을 한다』고 칭찬은 하면서도 폐기물처리공장을 자기 군내에 설립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공장을 설립하려는 지역은 군사작전지역이므로 군부대의 동의가 필요한데 군부대가 반대를 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파주시의 다른 땅도 마찬가지. 윤사장은 그린벨트나 상수도보호구역 근처에 대형음식점이나 러브호텔이 마구 들어서는 것과 비교해볼 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95년2월 군부대가 없는 경기 안성군 안성읍에 토지를 구입, 신청서를 냈다. 1천6백여만원을 들여 공장진입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그러나 안성군은 「도로가 농지를 침범하므로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폐기물처리업관련 조항이 국토이용관리법 외에 농지법에도 들어있는데 행쇄위에서 법개정을 하면서 농지법은 개정하지 않아 안성군이 농지법을 근거로 허가를 거부한 것. 윤사장은 작년 8월 경기 이천시에 공장허가신청을 내려했지만 시청측이 『뜻은 좋지만 안된다』는 반응을 보여 아예 신청서를 내지않았다. 그후 아가동산사건이 터져 이천시가 아가동산측의 불법 토지전용을 묵인해준 의혹이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그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는 작년11월 가평군 목동공단에 신청을 했다가 역시 거부당했고 금년 1월 가평군의 한 잡종지를 사들여 공장허가 신청을 냈으나 이 역시 공장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이 기사는 제보로 취재한 것입니다. ☏361-0271∼6 〈이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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