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렉스공법 당진제철소]완공이냐 해체냐

  • 입력 1997년 2월 23일 20시 08분


한보수사가 일단락된 상태에서 앞으로의 최대 관심사는 당진제철소의 준공과 순조로운 가동 문제다. 경쟁력이 없는 코렉스공법의 제철소를 완공, 가동하는 것이 과연 국민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한 판단이냐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많다해서 추가로 수조원을 쏟아붓는 것은 두고두고 국민에게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B지구(3백만t)의 경우 코렉스(75만t2기·1백50만t) 직접환원(DRI·80만t)등 공장은 89%, 93%의 공정이 진척됐으며 열연 냉연공장은 각각 98% 지어졌다. 정부로선 어떻게 해서든 공장을 돌려서 은행빚을 갚도록 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孫根碩(손근석)한보철강사장은 최근 『일단 준공을 원칙으로 하고있다』면서도 『코렉스로까지 포함해 당진제철소 준공의 타당성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코렉스로를 완공할 것인지, 아예 해체할 것인지 검토중임을 시사했다. 손사장팀은 3월말까지 1차 평가작업을 끝내고 완공 또는 해체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백지위의 재검토〓郭守根(곽수근·경영학)서울대교수는 『지금이 「원점」이라는 관점에서 완공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한보 해법에서 이미 얼마가 투자됐는지는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교수는 『따라서 이미 들어간 돈은 없는 셈쳐야 하며 「5조원이 들어갔으니 준공해야 한다」거나 「은행이자를 생각하면 채산이 안맞는 공장이니 지금 그만두자」는 주장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설비를 해체한다고 해도 고철값이상을 받기는 힘들다. 거의 다 지어놓고도 「완공할 가치조차 없다」며 해체한 설비를 제값에 사갈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오직 「앞으로 들어갈 돈」과 「생산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면밀히 비교하는 것이다. 이미 투입된 돈이 설령 5조원이 아니라 해도 상황은 똑같다. 한보에서는 앞으로 7천억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朴得杓(박득표)전포철사장팀은 2조원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코렉스공법〓현대그룹은 코렉스는 고로방식보다 생산원가가 훨씬 더 먹히므로 경쟁력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선철 1t을 생산하기 위해 고로가 분탄과 괴탄 6백20㎏을 쓰는 데 비해 코렉스는 괴탄만 1천㎏이 들어간다. 또 고로는 분광을 소결해 쓸 수 있으나 코렉스는 가공비가 많이 드는 펠릿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로는 연소를 위해 공기를 불어넣으면 되지만 코렉스는 산소공장을 따로 지어야 한다. 정비비 및 인력도 t당 20달러가량 코렉스가 더 든다. 이에 따라 코렉스제철소의 쇠 t당 생산원가는 18만원으로 고로(12만원)보다 비싸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자세한 수치는 내놓지 않고있지만 오히려 코렉스의 원가가 10∼20% 낮으며 차세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보같은 후발주자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선택할만한 공법이라고 보고 있다. ▼한보와 코렉스〓朴泰俊(박태준)전포철회장은 『코렉스는 포철이나 이스코사같은 거대한 철강기업이 기술개발차원에서 시도하면 몰라도 한보처럼 생산의 25%를 의존, 기업의 운명을 걸고 도박을 할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분탄 및 분광도 큰 문제다. 고로를 가지고 있는 포철은 분탄 및 분광처리시설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안되지만 한보의 경우 처치곤란이다. 한보철강의 위탁경영팀은 분탄은 태안화력발전소에, 분광은 포철에 팔 계획이나 물류비 등 이에 따른 손실이 연 6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진제철소의 기반시설〓위탁경영팀은 한보철강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철소 자체가 아니라 도로 항만 용수 등 지원시설의 미비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도 지방도를 조기에 건설하고 도로완공때까지 인근 포철의 아산물류기지를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를 부릴 수 있는 A지구부두의 기중기 용량은 연간 2백50만t에 불과, 정상소요의 40%에 그친다. 코렉스로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소가 없으면 이 가스를 그냥 태워 없애야 하며 역시 2백억원의 손해를 본다. 도로 용수에 대해서도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은 조기준공, 규모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B지구 냉연공장 지하에 있는 석회암 동굴도 여전히 걱정거리다. ▼기타 문제들〓정상조업이 이뤄진다 해도 그것이 한보철강의 경영정상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조업이란 「설계용량만큼 생산하는 것」일 뿐 흑자경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탁경영을 맡을 뻔한 박득표사장팀은 『당진제철소는 완공돼도 흑자경영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진단을 내려 누가 경영을 하든 골칫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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