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임원인사 특징분석]퇴직 늘고 신규 줄어

  • 입력 1997년 2월 23일 20시 08분


[이영이·박현진·이용재 기자] 「임원승진은 늦을수록 좋다. 사원은 회사가 맘대로 자르지 못하지만 임원은 언제 어떻게될지 모르니까」. 매년 「사상최대 승진인사」를 자랑해오던 주요그룹들이 「군살빼기」를 내세워 퇴직임원을 대폭 늘리자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라는 자조섞인 농담마저 유행하고 있다. 작년말과 올해초에 걸쳐 있었던 주요그룹 임원인사의 특징은 △승진축소 및 퇴직임원확대 △영업 및 해외부문 강화 등 전진배치 △연공서열 파괴에 따른 발탁인사 등 세가지로 나뉜다. 이는 모두 장기화되는 불황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일맥상통한다. 이 과정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임원. 본사 취재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옷을 벗은 임원수는 10대그룹 모두 합쳐 3백64명으로 작년 2백38명보다 52.9%나 늘었다. 이는 각 그룹이 공개한 숫자이며 실제로 옷을 벗는 임원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등 일부그룹에서는 이달말부터 다음달초에 있을 계열사별 주주총회에서 대규모의 임원들이 추가로 옷을 벗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반면 10대그룹에서 신규로 승진한 임원수는 올해 7백2명으로 작년 9백16명보다 23.4%나 줄었다. 단계적으로 승진임원을 줄이고 퇴직임원을 늘려 총임원수를 줄여가겠다는 것이 대부분의 그룹들의 인사정책이다. ▼승진축소 및 퇴직임원확대〓삼성은 전체 승진자가 작년(4백34)보다 약간 늘어난 4백50명선을 유지했으나 신규임원 승진자는 2백15명에서 1백64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또 1년간 자문역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임원도 74명으로 작년의 64명보다 10명이나 늘었다. 현대는 신규임원승진자가 1백65명에서 1백56명으로 줄었으며 퇴직임원은 작년의 두배인 60명에 이른다. 전체 임원수는 1천3백명에서 1천3백50명으로 늘어났는데 앞으로 점차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LG는 신규임원승진이 1백66명에서 1백7명으로 줄었고 퇴직임원은 36명에서 55명으로 늘었다. 대우는 신규승진이 1백70명에서 1백23명으로 줄었고 퇴직임원은 예년수준(10명)이라고만 밝혔다. 작년 대규모 명예퇴직이 있었던 선경은 신규승진이 35명에서 24명으로 줄고 퇴직은 28명에서 49명으로 두배가까이 늘었다. 이밖에 쌍용 기아 등 일부 그룹도 대부분 퇴직임원이 작년보다 두세배 늘었다. ▼영업해외부문 강화 등 전진배치〓삼성은 金光浩(김광호)삼성전자부회장과 李弼坤(이필곤)삼성물산부회장을 각각 회장으로 승진, 미주본사와 중국본사 총괄대표를 맡게 하는 등 중량급 사장단을 해외본사에 전진배치시켰다. 현대도 백효휘현대자동차 해외영업본부장을 ㈜케피코 사장으로 승진발령하는 등 해외경영 능력이 뛰어난 임원을 대거 승진시켰으며 전체 임원승진도 생산영업과 관리직이 8대2의 비율로 영업부문을 강화했다. LG는 회장실을 9개팀에서 5개팀으로 줄이고 임원도 팀별로 2명씩 줄여 계열사 일선업무로 전진배치했다. 대우는 올해 10개 해외지역본사를 설립키로 함에 따라 임원의 30%를 해외부문에 발령했다. ▼연공서열 파괴에 따른 발탁인사〓삼성은 최고경영진의 해외본사 전진배치에 따른 후속인사로 許泰學(허태학)중앙개발 대표이사전무를 2단계 뛰어오른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발탁인사를 실시했다. 현대는 전체 임원승진자의 22%가 승진연한을 채우지 않은 조기승진자였으며 LG는 PCS사업추진에 공로가 큰 安秉彧(안병욱)LG텔레콤이사대우를 2단계 높은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총26명을 조기승진 또는 2단계 승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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