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금융계-재계-한보 움직임]

  • 입력 1997년 1월 24일 20시 14분


○…정보근한보그룹회장은 이날 미리 배포된 공식회견문 대신 자신이 손수 만든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읽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에 나온 그는 비장한 어조로 『당진제철소의 흙한삽 쇳조각 하나에도 한보인의 숨결이 서렸다』고 회고한 뒤 『부도라는 치욕스럽고 불행한 사태를 맞아 한없는 슬픔을 느낀다』며 말문을 열였다. 그는 당진공장의 완공과 관련, 『결자해지(結者解之)란 말대로 「우리손으로 벌인 일은 우리손으로 매듭짓고 싶다」는 것이 우리의 작은 소망』이라며 『이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후의 과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소. ○…「똑똑한 재벌2세」로 소문난 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평소답지 않게 질문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이를 지켜본 한보그룹 관계자들은 『정회장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본다』며 의아해하면서도 『며칠을 잠도 제대로 못잤으니 오죽하겠느냐』며 안타까워 하기도. 그는 기자회견 도중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것으로 보이는 전화를 받기 위해 잠깐 자리를 뜨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으며 다시 회견장으로 돌아와서는 『나머지는 회견문으로 대신해달라』며 서둘러 자리를 뜨기도. ○…한보철강의 최종부도가 확정됐다는 소식에 한보그룹 직원들은 망연자실. 이들은 철강부문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채 제발 한보철강의 여파가 그룹으로 미치지 않기만을 바라는 분위기. ○…24일 오전 10시경 鄭譜根(정보근)한보그룹 회장이 제일은행 은행장실을 방문했으나 申光湜(신광식)행장이 자리를 비워 李世善(이세선)전무가 대신 면담. 정회장은 『부도를 취소하고 은행관리를 받는 것이 1차 희망이지만 이 일이 불가능하다면 은행의 다른 조치에라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이전무에게 설명. 이전무는 이에 대해 『부도는 되돌릴 수 없다』면서 『법정관리는 채무자가 신청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한보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라』고 요청했고 정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 ○…현대그룹은 한보철강의 부도사태와 관련, 통상산업부가 한보측이 채택한 전기로방식이 첨단공법이라며 무리하게 후원했으므로 통산부의 책임도 크다는 견해를 피력. 현대그룹 관계자는 『전기로방식은 우리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통산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며 『전기로방식의 우수성을 들어 현대의 고로방식을 반대했던 통산부 관계자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 이 관계자는 한보철강을 현대가 인수한다는 소문에 대해 『못쓰는 공장을 인수할 바보가 어디 있느냐』고 일축. 〈許承虎·林奎振·千光巖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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