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회사 商社맨 『전쟁터-오지 모두 내 市場』

  • 입력 1996년 12월 1일 21시 28분


「李英伊기자」 「지구상의 마지막 시장을 찾아라」. 세상은 이미 첨단정보화시대고 지구촌은 점점 좁아진다지만 왕래조차 쉽지 않은 미지의 땅은 아직 넓기만 하다. 그리고 그 땅엔 어김없이 시장개척의 첨병들이 있다. ㈜대우 앙골라지사장인 金동현차장(38). 출장 한번 가본적이 없는 이 지역 근무를 자원, 부임 5년만에 앙골라를 무역불모지에서 유망교역국으로 탈바꿈 시켰다. 고객은 앙골라 원주민부터 장관 대통령까지 폭넓다. 생필품이든 플랜트든 필요로 하는 물건이면 단 한개라도 닥치는대로 팔았다. 92년 내전때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는 커녕 포탄사이를 달리며 타이어수출 1백10만달러를 기록했다. 백지상태나 다름없던 앙골라시장이 자동차 비누 라디오등 손대는 것마다 유망시장으로 둔갑했다. 작년에는 자동차만 6백만달러어치를 팔았다. LG상사 루마니아 지사장인 尹춘성과장(34)은 미개발국에 주재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영업으로 연결시켜 부임 1년만에 대형 통신사업을 따냈다. 그는 작년말 부임직후 막막한 마음에 지방의 시장이나 유통업체를 다니며 「행상」까지 해봤다. 이때 무엇보다 애를 먹었던 것은 본국과의 연락. 지방은 국제전화가 아예 불가능하고 수도 부쿠레슈티에도 서울과의 전화회선이 4개에 불과해 몇시간씩 대기해야 했다. 현지인들에게 통신의 어려움을 불평삼아 말하다가 루마니아 정부가 통신망 현대화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전화보급률이 13%에 불과하고 기존의 통신망도 낙후돼서 통신전선을 교체하려 한다는 얘기였다. 곧바로 루마니아 정부 관계자와 접촉, 발빠르게 입찰정보를 입수했고 독일의 지멘스 등 유명회사와 경합끝에 통신전선 교체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작년 현대종합상사의 방글라데시 다카지사에 부임한 李봉찬차장(40)은 올해 수출용으로 선보인 현대TV를 처음으로 팔았다. 그는 덩치 큰 플랜트나 철강 금속 수출보다 TV수출이 더 감격스럽다. 겨우 2천대에 불과하지만 오랜 기간 공을 들였기 때문. 처음 접촉한 그곳은 TV시장도 제대로 형성돼있지 않고 한국제품에 대한 인식도 낮은 형편이었다. 국가검사기관 담당자는 한국산 TV를 품질테스트조차 해주려 하지 않았다. 1년여동안 매주 담당자를 찾아가 설득작업을 벌인끝에 테스트를 해주겠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테스트 결과는 대만족. 검사담당자는 거꾸로 그의 열성에 감동해 판매처까지 소개해줬다. 최근 도심을 중심으로 소비욕구가 급신장하고 있는점을 감안하면 몇년만 애쓰면 전가정의 안방에 한국산 TV를 설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올들어 전반적인 수출부진속에서도 그나마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오지나 다름없는 후진국시장.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열어가는 무역회사 상사맨들의 숨은 땀이 배어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