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당신에게 인생을 묻습니다/ 이근후 글·이명현 엮음/ 280쪽·2만2000원·예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피하고 눈이 오면 시린 어깨를 더 움츠리며 내 육신과 내 마음을 아끼듯 단순하게, 삶이 주는 여유는 그런 것이다.”
과학자인 아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아버지 이근후(91)의 책 일곱 권에서 문장을 골라냈다. 인생의 답을 묻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온 이들에게 아버지의 지혜를 건넨다.
50여 년간 환자를 만난 이근후가 사람을 향해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책 한 권에 담겼다. 그는 “최선은 내가 가진 100을 다 쓰라는 말이다. 그러면 씨앗을 먹어 치운 농부처럼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며 완벽하지 않은 우리들을 다독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와! 눈떴구나! 하하하’하고 쾌재가 터져 나온다”며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길 것도 강조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는 방법과 일상을 다듬어가는 방법도 제시한다.
책 말미에는 부자의 대담이 실렸다. ‘언젠가 자식도 부모를 놓아야 할 때가 온다’는 아들과 ‘부자지간은 너무 좋지도, 너무 싫지도 않은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아버지 사이에 오간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책 속에는 이근후의 문장을 따라 쓰며 마음에 새길 수 있는 필사 공간이 있다. 문장들을 천천히 읽고 쓰며 삶에 온기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산티아고, 천천히 걷겠습니다/ 김미나 지음·박문규 사진/ 280쪽·1만9000원·상상출판
배낭 하나 메고 낯선 길에 선 부부가 있다. 목적지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거리는 800km. 삶의 방향을 찾고 싶어서 떠난 길이었다. 신간 ‘산티아고, 천천히 걷겠습니다’는 이 부부가 두 번이나 걸은 순례길의 기록이다.
거창하게 서두를 열었지만 책은 단순하다. 새벽 공기, 무거운 배낭, 비 오는 산길, 작은 마을의 알베르게. 부부가 36일간 순례길을 걸으며 마주한 소박하고 따뜻한 장면들이 이어질 뿐이다.
책에는 순례길 여정에 필요한 일정 짜는 법, 준비물,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이용법, 현지 음식, 짐을 미리 숙소로 옮겨주는 배달 서비스, 추천 코스까지 꼭 필요한 내용들이 꼼꼼하게 담겼다. 처음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이 책 한 권으로 웬만한 궁금증은 다 풀리는 셈이다.
이 책이 가진 진짜 힘은 하루를 무사히 걸어내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깨달음이다. 부부는 배낭이 “본인 체중의 10분의 1 정도”면 적당하다고 말한다. 짐을 가볍게 할 줄 아는 사람만이 오래 걸을 수 있다. 거창한 깨달음보다 소박한 진심이 담긴 이 책은, 지금 자신만의 길 위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가방을 멘 사람이 있다. 이번에는 산티아고가 아니라 각자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우리다.
◇ CISO의 시선으로 바라본 정보보안 실무/ 최재영 지음/ 542쪽·2만5200원·북랩
AI 시대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정보보호는 더 이상 IT 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다. 이제는 국가 경쟁력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책은 26년간 기업 정보보안 현장을 지켜온 최재영 대표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낸 실무서다. 저자는 포스코DX(구 포스코ICT) 정보보안사업부에서 그룹사 정보보호 전략 수립, 정보보호 마스터플랜 구축 등을 수행하며 쌓아온 현장의 경험과 통찰을 책에 녹여냈다.
이 책은 단순히 해킹 방어 기술이나 보안 솔루션을 소개하는 기술서가 아니다. 기업과 조직에서 실제 발생했던 다양한 정보보호 사례를 바탕으로 예방 중심의 정보보호 관리체계와 사람 중심의 보안문화, AI 시대 CISO의 역할, 개인정보보호, 공급망 보안, 조직문화와 리더십까지 폭넓게 다룬다.
아울러 정보보호를 처음 접하는 대학생부터 실무자, CISO, CEO, 공공기관 정보보호 담당자까지 모두 읽을 수 있도록 현장 중심으로 구성해 실무 활용도를 높였다.
저자는 수많은 보안 사고를 경험하며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보안사고는 대부분 기술보다 사람과 조직문화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정보보호’, ‘예방 중심의 정보보호’, ‘신뢰 기반의 보안문화’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아무리 뛰어난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더라도 사람과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사고 이후 대응에만 집중하기보다 예방 중심의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사람 중심의 보안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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