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주류가 된 B급 문화… 통속의 재발견

  • 동아일보

◇통속의 계보학/강용훈 지음/364쪽·2만3000원·돌베개

1990년대 초반 영상 광고와 뉴미디어가 등장하자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간 경계는 빠르게 흐려졌다. 한때 수동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그쳤던 소비자의 주체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생산자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다. 여기에 민주화 열기가 가세하자, ‘통속(通俗)’ 문화를 저속한 것으로 바라보는 기존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통속의 의미가 변화하는 역사를 짚은 학술서다. 식민지 시기와 광복 전후,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0년대 등 시기별로 발간된 신문과 잡지, 사전, 비평문을 촘촘하게 분석해 통속이라는 개념이 소위 지식인과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다층적으로 살핀다. 한국 문화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인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썼다.

통속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저자는 “통속이 갖는 의미는 시대별로 정치사회적, 문화적 조건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1960년 4·19혁명을 제시한다. 당시 정치적, 문화적 주체로 통속과 민중, 대중 등 단어가 갖는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혁명의 열기가 식으면서 대중은 “욕구불만을 표출하며 제도를 위협하는 존재”, 통속은 “촌스럽고 안이한 것”으로 다시금 규정됐다고 한다.

과거 가벼운 대중문화로 여겨지던 K컬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그 위상은 끝모르게 높아졌다. 이젠 K팝 응원봉이 집회에 쏟아지는 시대다. 한때 통속적으로 치부됐던 한국 대중문화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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