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드라마 ‘마녀’ 김태균 감독… 2018년 개봉 영화 ‘암수살인’ 연출
“복수가 전부 아니란걸 말하고 싶어
원작자 강풀, 작품엔 개입 안 해
영화 10편 찍은 것만큼 힘들어”
채널A 드라마 ‘마녀’의 주인공 ‘동진’(박진영·왼쪽 사진)과 ‘미정’(노정의). 배우 박진영은 “동진은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천재 같은 캐릭터다. 불운의 법칙을 파헤칠 때만큼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배우 노정의는 “미정은 남을 위해 세상으로부터 멀어진 외로운 사람이다. 말수가 없는 인물이다 보니 표정만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고 했다. 쇼박스·미스터로맨스 제공
‘마녀’라고 불리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 곁에 다가가면 남학생들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죽음의 법칙이 저주처럼 따라다닌다는 소문도 돌았다. 모든 학생이 여학생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한 남학생은 소문을 믿지 않았다. 불운한 사건이 여학생 탓이라기엔 어딘가 이상했다. 합리적이지 않았다. 여학생은 정말 마녀일까. 혹시 정확한 근거 없이 벌어진 마녀사냥은 아닐까. 남학생은 그 진실을 찾아 나선다.
15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방영되는 채널A 드라마 ‘마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다치거나 사망하자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한 ‘미정’(노정의)과 그를 구하려는 ‘동진’(박진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태균 감독(54)은 드라마 속 동진처럼 진중했다. 그는 “드라마 ‘마녀’는 세상의 편견, 혐오가 만들어낸 마녀사냥과 사회적 낙인을 다룬 작품”이라고 또박또박 눌러 말했다.
채널A 드라마 ‘마녀’를 연출한 김태균 감독.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김 감독은 2018년 개봉해 관객 378만 명을 동원한 영화 ‘암수살인’으로 유명하다. 해당 작품으로 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영화감독이지만, 드라마 연출은 처음. 그는 “비록 ‘마녀’는 겉으론 로맨스지만 숨겨진 진실을 찾는 미스터리란 점에서 ‘암수살인’과 맞닿아 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라 본능적으로 끌려 연출을 맡았지만, 영화 10편 찍는 것만큼 힘들었다”며 웃었다.
드라마는 2013년 연재된 웹툰 ‘마녀’가 원작이다. 강풀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미스터리를 섞은 ‘순정만화’ 시리즈로 마녀사냥이란 사회적 문제를 파고든 수작이다. 강 작가가 직접 각본을 맡았던 ‘무빙’(2023년)이나 ‘조명가게’(2024년)와 달리 ‘마녀’는 감독이 웹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김 감독은 “강 작가가 드라마 촬영 현장에 커피차를 보낼 정도로 애정을 표했지만 각색엔 개입하지 않았다”며 “원작의 맥락을 훼손하지 않되 30화짜리 웹툰을 10부작 드라마로 각색할 때 ‘창의적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웹툰 컷 사이사이에 숨겨진 여백을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면 경찰 ‘중혁’의 시점에서 주로 진행된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미정을 사랑하는 ‘동진’의 눈빛을 따라갑니다. 또 동진이 미정을 구하는 원작에서 더 나아가 미정이 동진을 구원하는 서사까지 담으려 했죠.”
‘마녀’는 보이그룹 갓세븐(GOT7) 멤버 박진영과 아역 배우 출신으로 2021년 SBS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았던 노정의가 주인공을 맡아 ‘청춘 배우의 꿀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이 교복을 입은 스틸컷을 두고 “원작 캐릭터가 현실에 튀어나온 것 같다”는 호평도 많았다. 김 감독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미정과 동진 그 자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대사가 많지 않고 눈빛으로 애틋한 마음을 그려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를 젊은 배우들이 잘 소화했다”고 칭찬했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복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마녀’도 비슷한 선상에 서 있는 작품일까. 김 감독은 곰곰이 고민하다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
“보통 가해자와 피해자를 다루는 작품에선 통쾌한 ‘사적 복수’를 담아내죠. 하지만 전 세상에는 다른 대안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진이 진실을 찾아가고, 미정이 트라우마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치중했어요. ‘마녀’가 시청자들에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작품이 아니라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인생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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