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궁이 환대하고 수라상에 공연까지…‘경복궁 별빛 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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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6일 0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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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 향원정·취향교 주변과 연못에 조명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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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사월 경복궁에 별빛이 내리면 맛과 멋이 어우러진 산책길이 펼쳐진다.

‘경복궁 별빛야행’이 시작됐다. 저녁 7시40분 경복궁 선원전 앞에 도착하면 상궁과 차비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궐한다.

고종의 명으로 안내를 맡게 된 상궁은 “궁중 부엌 소주방, 대비마마가 머무시는 자경전, 궁궐 장독대 장고, 전하의 서재이자 외국 사신들의 접견 장소 집옥재와 팔우정, 전하께서 특별히 아끼시는 건청궁과 향원정을 둘러보게 된다”고 산책길을 안내한다.

◆맛있는 궁중 음식을 만드는 소주방과 장고
상궁을 따라 외소주방으로 들어가자 외소주방 마당에 별도로 마련된 평상에는 국악 공연이 펼쳐진다.

외소주방에는 사전에 참가들로부터 미리 주문을 받아 만들어진 채식 메뉴와 일반 메뉴로 구성된 도슭수라상들이 소반에 놓여 있다.

도슭수라상은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받았던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시락이다.

채식은 올해 처음 선보이는 메뉴로 4단짜리 유기 찬합 중 국그릇에는 육수 대신 채수가, 반찬그릇에는 너비아니 대신 두부구이가 담겼다.

참가자들은 별도로 제공된 후식인 모약과, 정과1종, 꽃인절미, 오미자차를 즐기며 봄꽃이 만개한 외소주방 마당 야경과 국악공연을 약 20분간 감상할 수 있다.

정갈한 궁중음식을 즐긴 참가자들은 2인1조로 청사초롱을 들고 경복궁 북측 권역으로 밤 산책에 나서면 궁궐 문화 해설사와 궁궐 지킴이 캐릭터 ‘용두’가 길동무가 되어준다.

해설사는 용두를 “처마 밑에 있는 잡상들과 용두님은 함께 공중에 떠다니는 잡귀를 내쫓고 경복궁을 수호하는데 이번에 여러분과 직접 경복궁으로 둘러보러 내려오셨다”고 소개했다.

해설사와 용두를 따라가며 흥선대원군 둘째 아들 고종을 즉위시킨 신정왕후 침소인 자경전과 십장생 굴뚝을 들러봤다. 굴뚝에는 십장생, 불을 막는 상상의 동물 불가사리 등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자경전과 굴뚝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용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다”며 장고로 안내했다.

수많은 커다란 장독들이 열 지어 놓인 장독대에는 상황극 ‘장고마마 이야기’가 펼쳐졌다. 극 중 장고마마는 어린 나인에게 간장, 고추장 등 장 종류를 설명하고 장독에 버선을 붙여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방법 등 장독 관리법을 가르쳤다.

해설사는 “장고를 보니 궁궐도 사람 사는 공간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는 것 같다”며 “궁궐을 보면 굉장히 화려한 모습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형형색색의 조명들과 전각들이 어우러진 멋진 야경
장고에서 나온 참가자들은 해설사와 상궁을 따라 고종의 서재 집옥재와 팔우정으로 향했다. 집옥재와 팔우정은 ‘작은도서관’으로 조성되어 있다.

집옥재에는 국보 ‘이화 개국공신녹권’ 복제품과 고종 어진의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고 벽면 책장들은 다양한 도서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참가자들은 10여분간 집옥재와 팔우정을 번갈아 들어가 관람했다.

밤이 더 깊어지자 참가자들은 도착한 곳은 유난히 환한 건청궁이었다. 해설사는 “건청궁의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곳이 조선시대 최초로 전기가 들어온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887년 고종이 향원정과 함께 불을 밝혔던 건청궁은 이날도 환하게 빛났다. 특히 ‘별빛야행’ 백미로 꼽히는 향원정 야경은 화려한 조명들과 조화를 이뤄 특별한 밤의 정취를 선사했다.

상황극 ‘고종 이야기’ 속 주인공 고종은 내시들과 취향교를 건너 연못 가운데 있는 향원정에서 자신이 초대한 참가자들을 기다렸다.

고종이 내시들에게 “불을 밝히도록 하라”라고 명하자 향원정과 취향교 주변과 연못에 화려한 조명쇼가 펼쳐졌다.

고종은 “이 불은 조선 전체를 비추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날이 올 것”이라며 “새로운 제도와 문물을 수용해 언젠가 조선이 아닌 대한이란 이름으로 부국강병 한 나라를 만들 것”이란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경복궁 별빛야행’은 궁궐 부엌 소주방에서 궁중음식을 체험하고 전문 해설사와 함께 경복궁 북측권역의 야경을 탐방하는 궁궐 문화 복합 체험 행사 관람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복궁 별빛야행’은 오는 5월4일까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두 차례씩 진행된다. 지난달 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1차 입장권 판매는 시작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2차 입장권 판매는 오는 12일 오후 2시부터 티켓링크에서 선착순으로 판매된다. 회차당 34명(1인당 2매)까지 예매할 수 있다. 1인당 참가비는 6만 원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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