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휴일 없이 1057일째 근무 중… 日 편의점 사장의 애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30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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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손님’부터 단골 손님까지
유쾌하고 잔잔한 일상 이야기
◇편의점 30년째/니시나 요시노 지음·김미형 옮김/288쪽·1만6800원·엘리

“편의점 차리는 건 어때?”

1990년대 중반 30대인 저자는 남편에게 이런 제안을 받았다. 저자는 유치원, 남편은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었지만 부부가 함께 자영업자가 되자는 것이었다. 편의점을 차리면 지긋지긋한 삶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떼돈을 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친척의 부고를 들어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갈 수 없었다. 누가 언제 무슨 일로 화를 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한시도 마음 놓고 쉴 수 없었다. 그렇게 정신 차리니 약 30년간 편의점 주인으로 일하고 있었다. 과로와 손님에 시달리는 삶을 저자는 이렇게 토로한다. “편의점 점주로 사는 게 이토록 힘들 줄은 몰랐다.”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쓴 에세이다. 온갖 잡화를 팔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일본 편의점의 속살을 유쾌하면서도 잔잔하게 전한다. 한국 거리 곳곳에도 편의점이 즐비한 만큼 한국 독자에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편의점에선 손님이 왕이다. 특히 서비스를 중시하는 일본에선 고객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수다. 예를 들어 저자는 계산대 앞에서 “담배”라고만 주문하는 손님의 취향을 외운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라도 주듯 동전을 던지고, 전자레인지를 턱으로 가리키며 음식을 데우라고 명령하는 ‘진상’ 손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저자가 고군분투하는 건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일본의 편의점 수는 5만7544개에 이른다. 최근 청년들이 일하지 않으려고 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2021년 기준 일본의 편의점 사장이 1년 동안 쉬는 일수는 21.3일에 불과하다. 저자 역시 휴일 없이 일한 지 1057일째다.

그럼에도 저자가 편의점 운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편의점엔 요즘 사람들이 먹고 읽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사회의 축소판’이라 장사하는 재미가 있다.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다”는 단골손님의 응원에 힘이 나기도 한다. 수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편의점을 ‘천객만래(千客萬來)’라고 부르며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음, 역시 나는 편의점을 사랑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편의점#편의점 사장의 애환#에세이#치열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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