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MBC ‘바이든-날리면’ 후속 보도도 법정제재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7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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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미국 순방 당시 불거진 MBC의 ‘자막 논란’ 후속 보도에 대해 법정제재를 결정했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는 27일 회의를 열고 MBC TV ‘MBC 뉴스데스크’의 2022년 9월26~29일, 2022년 9월30일·10월3~5일 방송분에 대해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방송소위는 ‘MBC 뉴스데스크’ 제작진을 불러 ‘의견진술’을 들은 뒤 이같이 제재를 결정했다.

해당 방송분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을 다루면서 MBC에 유리한 내용만 방송한 것은 당해 사업자 또는 종사자가 직접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의 주장을 전달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적용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제4항, 제14조(객관성)다.

앞서 MBC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를 마치고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고, 해당 발언의 자막을 넣었다. 이에 논란이 커졌고,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를 제기했으나, MBC는 허위 보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정보도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외교부는 같은해 12월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서울서부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열린 방송소위에서 MBC와 함께 KBS 1TV, SBS 등의 후속보도도 심의 대상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위원들은 법원에서 결론이 나올때까지 의결을 미루기로 했다. 지난달 12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가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외교부의 손을 들어주자 방심위도 보류했던 관련 안건에 대해 심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MBC 뉴스데스크’ 제작진은 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음성 감정이 이뤄졌으나 전문 감정인도 ‘감정 불가’ 취지의 의견을 낸 것을 짚었다. ‘MBC 뉴스데스크’ 제작진은 의견진술을 통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발언의 진위가 법정에서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다고 MBC가 보도한 것이 허위라고 하는 건 잘못된 결론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항소하고 문제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방심위는 야권 추천의 윤성옥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여권 추천의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 이정옥·문재완 위원이 참석했다.

황성욱 위원은 “1심 법원의 결정은 어느 것이 옳으냐 진실인가의 판결이 아니라 불명확한 것은 불명확한 것, 명확한 것은 명확한 것으로 보도하라는 입장에서 나온 판결”이라고 밝혔다. “다른 방송사들의 진술을 보면 MBC 자막의 영향을 받은 게 맞다. 불명확한 것을 불명확한대로 방송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고’ 의견을 냈다.

이정옥 위원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제4항, 제14조(객관성)을 명확하게 위반했다. 하나만 위반해도 엄중한 사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미 나간 방송에 대한 사과나 정정도 있지만 앞으로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들을 상대로 보도하는 태도를 어떻게 갖느냐가 심의의 목적이라고 본다”며 ‘경고’ 의견을 제시했다.

류희림 위원장도 “바이든 관련 논란은 재판까지 가서 음성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재판부가 MBC에 정정보도를 요구한 것이다. 항소하는 것은 법적 권리이지만, 1심 판결 과학적 검증 결과에 대해 그렇게 들릴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 않고 계속 자신이 들은 게 옳다고 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경고’ 의견을 냈다.

심의 결과에 대해 MBC는 “방심위가 불과 일주일 만에 대통령 욕설 보도와 관련된 보도를 다시 한번 더 쪼개서 심의하면서 또다시 법정 제재를 의결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류희림 체제의 방심위가 또다시 방송심의 기능을 사적 도구로 쓰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른바 ‘민원’을 빌미로 한 방심위의 ‘벌점 폭탄’은 이제는 비판 언론을 표적으로 한 심의 테러의 한 공식으로 자리잡았다”고 주장했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법정제재 최고 수위인 ‘과징금’을 결정한 바 있다. 이를 인용보도한 YTN에 대해서는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OBS에는 ‘주의’, KBS·SBS·TV조선·MBN에는 ‘권고’를 결정했다. 채널A에 대해서는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MBC에 대한 최종 제재수위는 추후 열리는 전체 회의에서 확정된다.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2022년9월26~30일 방송분, TBS FM ‘신장식의 신장개업’의 2022년9월19·22·26일 방송분에 대한 소위 의결은 미뤄졌다. 이는 TBS 측이 의견진술 연기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방송분 모두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MBC의 자막 논란과 관련한 후속 보도다.

아울러 방심위 방송소위는 자막 논란 관련 후속 보도를 한 KBS 1AM ‘주진우 라이브’의 지난해 9월 27·30일 방송분에 대해서는 행정제재인 ‘권고’를 의결했다. 후속 조치인 사과 방송을 이행했고 의견진술 과정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한 점을 반영한 결정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오차범위 내에 있어 우열을 가릴 수 없음에도 순위를 단정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1AM ‘주진우 라이브’의 지난해 3월1일 방송분에 대해서는 ‘주의’를 의결했다.

방심위 결정은 제재수위가 낮은 순부터 열거하면,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와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방송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과징금’ 순이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시에 방송평가에 감점 사항이 된다.

앞서 야권 추천위원 2명의 해촉에 반발하며 회의 불참을 선언한 윤성옥 위원(야권 추천)은 이날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윤 위원에게 서한을 보내 “윤 위원께서 한 달 이상 디지털성범죄심의소위원회의 전자 심의에만 참여하는 건 큰 손실이다. 방심위 심의는 국민에게서 부여받은 소중한 책무이니 조속히 복귀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위원은 입장을 내고 “류희림 위원장은 제5차 방송소위 회의(2월20일)와 제5차 전체회의(2월26일) 직전 공개된 자리에서 윤성옥 위원의 심의복귀를 요청했고 비서실장을 통해 같은 내용의 서신을 전달해왔다. 저의 심의 중단 결정은 대통령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와 권한남용, 류희림 위원장의 비민주적, 비상식적인 심의위원회 운영에 대한 강력한 항의이자 거부권 행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의는 국민에게 부여받은 소중한 책무다. 왜 위원장께서는 국민이 아닌 대통령과 집권세력에게 부여받은 소중한 책무로 생각하냐”며 “현재 비정상적인 6대1 구조에서의 심의를 당장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위원은 “내부고발한 직원들에 대한 모든 불이익과 탄압을 중지하고 협의체를 통해 조직 화합과 심의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 심의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선결조건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저는 국민들이 부여한 소중한 책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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