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작가들, ‘이상 세계’와 ‘대체 현실’ 꿈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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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전시 2題… 리만머핀 ‘원더랜드’
한국인-한국계 4명 10여점… 작가들 꿈꾸는 이상세계 그려
두산갤러리 ‘두산아트랩 2024’
韓 35세 이하 작가 5人의 9점… “현실 관찰해 새 가능성 보여줘”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한국계 작가 작품을 소개하는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 서울의 그룹전 ‘원더랜드’ 전시 전경. 오른쪽 두 작품은 켄건민의 회화, 왼쪽의 조각과 회화는 현남의 작품이다. 리만머핀 제공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한국계 작가 작품을 소개하는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 서울의 그룹전 ‘원더랜드’ 전시 전경. 오른쪽 두 작품은 켄건민의 회화, 왼쪽의 조각과 회화는 현남의 작품이다. 리만머핀 제공
태양 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풍경, 굽이치는 형형색색의 바람과 들판의 총천연색 식물들은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덮었던 솜이불의 화려한 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연 그 가운데 어딘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의 가장 낮은 곳에 죽어 있는 호랑이의 배에는 아픈 상처를 가리듯 예쁜 자수가 놓여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하고 있는 켄건민의 작품 ‘1988-2012’를 비롯해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4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 ‘원더랜드’가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또 두산아트센터가 시각예술 분야 신진 작가를 발굴해 매년 선보이는 ‘두산아트랩 전시 2024’도 17일 개막해 동시대 작가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낯설고 아름다운 세계
‘원더랜드’전은 켄건민, 유귀미, 현남, 임미애 등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한국계 작가 4명의 작품 1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 ‘원더랜드’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착안한 것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연령, 성별의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각자 꿈꾸는 이상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남과 유귀미는 한국에서, 임미애와 켄건민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켄건민, 임미애, 유귀미의 국내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켄건민의 ‘1988-2012’는 작가의 어릴 적 한국과 미국에서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다. 1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초등학생이던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 동원돼 수업도 듣지 못하고 연습을 했다”며 “당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니 영광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커서 생각해 보니 어린이들의 교육권은 고려하지 않는 무서운 이야기였다”고 회고했다.

작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그리피스 공원에 살다 발견된 퓨마 ‘P-22’를 보며 어릴 적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P-22는 미디어의 관심을 받으며 일거수일투족이 중계되다 2022년 생을 마감한다. 당시 언론은 P-22의 죽음을 부고 기사로 다루며 “거대 도시의 너무 좁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 존재”라고 표현했다. 그림 속 호랑이는 본성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개인과 국가나 사회라는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성원 사이의 고통을 담고 있다. 전시는 2월 24일까지. 무료.

● 젊은 작가가 본 세계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는 공모로 선정한 35세 이하 작가 5명의 작품을 ‘두산아트랩 전시 2024’에서 선보인다. 사진은 전시작인 송예환의 ‘(누구의) World (얼마나) Wide Web’(2024년). 두산갤러리 제공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는 공모로 선정한 35세 이하 작가 5명의 작품을 ‘두산아트랩 전시 2024’에서 선보인다. 사진은 전시작인 송예환의 ‘(누구의) World (얼마나) Wide Web’(2024년). 두산갤러리 제공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의 ‘두산아트랩 전시 2024’는 두산아트센터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35세 이하 작가 5명의 작품 9점을 소개한다. 송예환의 ‘(누구의) World (얼마나) Wide Web’(2024년)은 방대한 정보가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정보가 영어이고, 컴퓨터를 쓸 수 있는 극소수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세상의 한계를 꼬집는다.

임정수의 ‘욕망이 도착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각목, 실, 털, 철사, 커튼 고리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잡동사니를 이용한 조각 작품이다. 작가는 동물, 식물, 사물을 종류에 관계없이 섞어서 새로운 조형성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이 밖에 일상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행위를 조명하는 김영미, 전통적 동양 회화의 요소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한 박지은, 장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억을 추적하는 정여름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박소언 두산갤러리 큐레이터는 “현실에 대한 작가들의 면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체된 현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월 24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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