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밀캠’ 골머리… 돈받고 버젓이 불법 유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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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별 수백편, 건당 1만원 거래
저작권법상 녹화 막을 규정 없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가 지난달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단 생중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일 공연에는 걸그룹 레드벨벳 소속 가수 웬디가 ‘나’ 역으로, 배우 리사가 댄버스 부인 역으로 출연했다. 2시간 35분의 전막 공연은 실시간으로 녹음돼 음성 라이브 방송 X(트위터) ‘스페이스’에서 공유됐다.

공연계에서 밀캠(무단 녹화), 밀녹(무단 녹음) 문제가 무단 중계, 불법 유통으로 악화되고 있다. 불법 녹화·녹음본의 유통은 빨라지는 추세다. 기자가 직접 구매를 시도해 보니 포털사이트에서 원하는 공연 영상을 검색해 판매자와 오픈채팅으로 거래한 후 자료를 내려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다. 판매자별로 수백 편이 건당 5000∼1만 원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었다. 판매자들은 ‘구매자에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심시켰다.

제작사들은 무단 영상에 대한 제보를 받아 건별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그러나 전담 인력이 없어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다. 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오디컴퍼니 대표)은 “비밀채팅방, 비공개 댓글을 통해 무단 영상이 일대일로 거래돼 증거자료를 모으기 어렵다. 다만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헤비업로더를 대상으로 연내 형사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판매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저작권법상 허락 없이 녹화할 수 없는 영화와 달리 공연은 규정이 없다. 무단 촬영자를 극장에서 적발해도 ‘개인소장용’이라고 주장하면 제재하기 힘들다. 윤금용 한국저작권보호원 법제지원부장은 “저작물 복제·배포 권리는 창작자에게 있기에 무단 촬영한 영상은 저작권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지만 개인이 소장하는 건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공연#밀캠#무단 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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