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뛰어든 김혜수… “내 연기 인생서 가장 행복한 촬영”

  • 동아일보

류승완 감독 영화 ‘밀수’ 26일 개봉
“‘도둑들’ 촬영때 얻은 물 공황증세
연기 호흡 맞추다 보니 사라져”
조폭들과 물속 액션장면 볼만

하얀 전통 물옷을 입은 해녀들을 태운 어선이 파란 바다를 가로지른다. 물안경을 쓴 채 물에 첨벙 뛰어든 이들의 손에 들린 건 전복이 아닌 커다란 나무상자들. 상자엔 담배, 청바지, 바셀린 같은 물건이 가득 들었다. 물질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큰돈이 수중에 들어오자 범죄에 가담한 이들은 각자 딴 속셈을 갖기 시작한다.

영화 ‘밀수’에서 춘자(김혜수)가 밀수꾼 권 상사(조인성)와 사업을 벌이기 위해 “군천에 직접 내려와 상황을 보라”며 전화로 설득하고 있다. NEW 제공
영화 ‘밀수’에서 춘자(김혜수)가 밀수꾼 권 상사(조인성)와 사업을 벌이기 위해 “군천에 직접 내려와 상황을 보라”며 전화로 설득하고 있다. NEW 제공


1970년대를 배경으로 일터를 잃은 해녀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이 밀수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 ‘밀수’가 26일 개봉한다. 영화 ‘부당거래’(2010년) ‘베테랑’(2015년) ‘모가디슈’(2021년)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2년 만에 내놓은 영화다. 극장가 여름 성수기를 맞아 개봉하는 작품인 만큼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 조인성(권 상사), 박정민(장도리), 고민시(옥분) 등 쟁쟁한 배우진이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영화는 서해안 군천 앞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 춘자와 진숙이 등장하며 시작한다. 춘자는 고아 출신으로 식모로 일하다 도망 나온 몸이다. 선주인 진숙의 아버지 밑으로 들어가 해녀가 됐다. 진숙은 그런 춘자를 자매처럼 대한다.

밀수에 연루되기 전, 물질을 하러 바다에 나가는 진숙(염정아·왼쪽)과 춘자 등 해녀들. NEW 제공
밀수에 연루되기 전, 물질을 하러 바다에 나가는 진숙(염정아·왼쪽)과 춘자 등 해녀들. NEW 제공
두 사람의 평화로운 일상은 인근 바닷가에 화학공장이 들어서며 급변한다. 바닷속 전복은 속이 비었고, 생선들은 배를 드러내고 죽는다.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해녀들은 밀수에 손을 댄다. 먼 나라에서 들어온 배가 바다에 각종 생활필수품이 든 상자를 던지면 이를 건져 올려 업자들에게 넘기는 일이다. 하지만 세관 단속으로 진숙은 아버지와 남동생을 잃은 채 철창 신세까지 지게 된다. 가까스로 도망친 춘자는 서울에서 전국구 밀수판에 끼어들게 되고 진숙을 다시 찾아오며 둘 사이는 새 국면을 맞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9일 만난 김혜수는 해녀 역을 맡기로 한 뒤 걱정이 컸다고 했다. 영화 ‘도둑들’(2012년) 촬영 때 수갑을 찬 채 타고 있던 차가 물에 빠지는 장면을 찍다 공황 상태를 겪었기 때문. 그는 “물을 보면 괜찮을 때가 있고 조금 안 좋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한 번도 공황을 겪지 않았던 것처럼 괜찮아졌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응원하고 환호하면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김혜수는 촬영 막바지에 물에서 나오다 이마가 ‘V’자로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는 “물에서 나온 나를 보는 스태프들 표정을 보고 ‘좀 많이 다쳤나’ 하고 생각했다. 몇 컷 안 남겨 놓고 다치는 바람에 강제로 촬영이 종료돼 그게 더 속상했다”고 말했다.

호흡을 맞춘 염정아에 대해서는 “내공 있는 배우다. 내 약점을 보완해주는 장점이 있어 좋았다. 제대로 함께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연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어요. 배우들이 모두 정말로 그 캐릭터가 된 채 현장에 있었거든요. 그런 기운, 호흡은 경이로운 경험이었죠.”

영화의 백미는 종반부 물속 액션이다. 해녀들이 조폭과 물속에서 맞붙는다. 해녀들이 땅 위에서는 밀린다고 해도 홈그라운드인 물속에서라면 힘의 균형이 역전될 수 있다. 류 감독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수중에서 구현되는 액션을 할 수 있어서였다”고 했다. 류 감독은 “해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 배경에서 격투 액션을 벌이면 훨씬 경쾌하고 새로운 리듬의 작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결과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밀수#류승완 감독#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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