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주범은 IT 기업과 인스턴트 음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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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요한 하리 지음·김하현 옮김/464쪽·1만8800원·어크로스

갈수록 ‘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3분에 불과하고,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고 한다. 수시로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람에, 알람이 없어도 혹시 친구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새로 올린 사진이 없나 확인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켠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현대인의 집중력 부족을 개인의 의지 부족보다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 분석한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50명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인은 집중력을 잃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거대 테크 기업과 잘못된 식단 등에 의해 집중력을 도둑맞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전 구글 엔지니어에 따르면 구글은 ‘참여도’를 얼마나 달성했느냐에 매달리고 있다. 참여도는 사용자의 시선이 구글 서비스에 머문 시간이다. 구글 개발자들은 참여도를 늘리기 위해 e메일이 왔을 때 휴대전화 알림 기능을 만드는 등 갖가지 수단을 강구한다.

자려고 누워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가 알아서 골라주는 짧은 영상을 수없이 쳐다본다. 갈수록 수면시간은 줄어들고 집중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인의 40%가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인스턴트 음식은 쉽게 당을 올려주지만 섬유질이 부족해 쉽게 당이 배출된다. 당이 급격히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현상이 이어질수록 집중력에 필요한 신체 에너지는 갈수록 채우기가 어렵다.

저자는 주 4일 근무를 집중력 회복의 대안 중 하나로 소개한다. 뉴질랜드의 한 기업은 임금을 줄이지 않고 주 4일 근무를 도입했더니 근무 중 소셜미디어를 하는 시간이 35% 줄었고, 직원의 스트레스는 15% 줄었다. 일을 할 때 집중적으로 하고 더 많이 남은 시간엔 자신에게 투자하거나 가족과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치유되는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집중력 회복을 위해서는 진지하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진지한 집중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지만 늦출 수는 없다고 말한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처럼 집중력 상실을 방치했다가 또 다른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경고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도둑맞은 집중력#집중력 저하#사회 시스템의 문제#집중력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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