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황기환 지사, 순국 100년 만에 고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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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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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美에 국내 봉환반 파견해 준비 절차 시작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 예정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속 유진 초이(이병헌 분). 유튜브 ‘tvN Drama’ 갈무리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속 유진 초이(이병헌 분). 유튜브 ‘tvN Drama’ 갈무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유진 초이(이병현 분)의 실존 인물인 황기환 지사가 순국 100년 만에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온다. 드라마 속 고애신(김태리 분)의 마지막 대사인 “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봅시다”라는 말이 실제로 이뤄지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1일 미국 뉴욕 마운트 올리벳 묘지와 황 지사 유해 파묘(破墓·시신을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내는 것)에 합의했다.

황 지사의 묘지는 2008년 뉴욕 한인교회의 한 목사에 의해 발견됐다. 보훈처는 2013년부터 황 지사의 유해 봉환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유족이 없는 유해의 파묘와 봉환은 미국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이에 족보나 유족을 확인할 공적 자료를 찾았으나 발견을 못해 봉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올해 보훈처가 뉴욕 총영사관에 ‘순국 100년이 되는 올해 유해를 봉환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파묘 합의를 이끌어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 황기환 지사. 국가보훈처 제공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 황기환 지사. 국가보훈처 제공

황 지사는 미국 유학 중 군에 자원 입대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이후 1919년 6월, 프랑스 평화회의에 참석한 김규식 지사를 도와 대한민국 대표단의 사무를 도왔다. 동시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파리위원부 서기장으로 임명돼 독립 선전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같은해 11월에는 러시아 한국 노동자 200여 명이 영국을 거쳐 일본에 강제 송환되는 걸 막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외교적 합의를 하기도 했다. 당시 홍재하 등 35명의 애국지사가 극적으로 구출돼 프랑스로 이송됐다.

1920년 1월에는 프랑스 파리 주재의 한국선전단 전전국장으로서 불문(佛文) 잡지를 창간했다. 또 인권옹호회를 조직하고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언론과 세계 여러 나라에 한국의 독립을 호소했다. 임시정부 외무부의 주차영국런던위원으로 임명된 1921년 4월에는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분할 정책을 비판하는 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같은 해 5월에는 파리에서 한국친우회를 조직해 한국의 외교 사업을 후원했다.

이후 황 지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외교부 런던 주재 외교위원 등으로 활약하다 순국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1995년 황 지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단체사진 속 황기환 지사(맨 왼쪽). 국가보훈처 제공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단체사진 속 황기환 지사(맨 왼쪽). 국가보훈처 제공

보훈처는 미국에 유해 봉환반을 파견하고 현지에서 추모행사 등 본격적인 유해 봉환 준비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내 봉환 후엔 유해 봉환식을 거행하고 영현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조국 독립을 위해 이역만리 타국에서 일생을 바치셨던 황기환 지사님의 유해를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모시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유해 봉환 성사에 협조를 아끼지 않은 마운트 올리벳 묘지 측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우리 정부는 황기환 지사님께서 고국과 우리 국민들의 품에서 영면하실 수 있도록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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