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 살지만 민속신앙-조각보 등 천착 “서울서 첫 전시회…당당한 모습 보여주고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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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중심 활동 한국계 제이디 차
용산 타데우스 로팍 ‘지금…’展 참여

제이디 차가 한국 전시를 위해 만든 작품 ‘귀향’. 타데우스 로팍 제공
제이디 차가 한국 전시를 위해 만든 작품 ‘귀향’. 타데우스 로팍 제공
알록달록한 무늬가 눈에 띄는 신비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우두커니 서 있다. 부엌칼과 배추김치가 그려진 외투를 두르고 뿔소라를 투구처럼 뒤집어쓴 여성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 제이디 차(차유미·40)의 자화상 ‘귀향’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가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차 씨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차 씨는 다음 달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는 그룹전 ‘지금 우리의 신화’에 참여 중이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 화랑 타데우스 로팍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첫 단체전이다. 차 씨는 전시에서 ‘귀향’을 비롯한 회화 3점과 텍스타일(천) 조각 3점 등 총 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고할미’ 퍼포먼스로 글로벌 미술계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하우저앤드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고, 현재 런던 공공미술관 화이트채플에선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다.

한국계 어머니를 둔 캐나다 출신 작가 제이디 차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타데우스 로팍 제공
한국계 어머니를 둔 캐나다 출신 작가 제이디 차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타데우스 로팍 제공
전시장에서 6일 만난 차 씨는 그림 속 강렬한 모습과 달리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창작의 영감이 된 ‘마고할미’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신화 속 마고할미는 오줌과 대변으로 강과 산을 만든다”며 “사회에서 종종 무시당하는 할머니를 마고할미 신화는 강력한 존재로 그려내 흥미로웠다”고 했다.

마고할미는 한국 민속 신앙 속 창조신으로, 일부 지역에선 마고산성, 마고할미 폭포 등 전설과 관련된 장소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민속 신앙 관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차 씨는 이렇게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가치 있는 것들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다.

런던과 서울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조각보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주류 미술사에 익숙한 사람은 몬드리안을 떠올리지만, 내가 영감을 받은 건 한국의 이름 모를 여인들”이라고 했다. 사각형 색면으로 된 형태의 근원이 서구 추상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가 딸에게, 그 딸이 또 딸에게 말과 손으로 전해준 예술로서 조각보의 가치를 끌어온다.

이런 작품 스타일은 결국 그의 예술적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차 씨는 “내 작품을 서양인은 동양적이라고, 한국인은 서양적이라고 느껴 흥미롭다”고 말한다. 그는 너무 다른 두 문화 사이에서 기존의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을 거부해 왔다. 그리고 조각보, 마고할미 등 틀에서 밀려난 것들을 모아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제이디 차#한국계 캐나다인 작가#지금 우리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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