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베네딕토 16세, 틀림 아닌 다름 인정한 인간적인 교황”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2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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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시간을 선사했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연기했던 배우 신구는 “베네딕토 16세는 나와 닮은 점이 많았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한 인간적인 교황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연극 ‘두 교황’으로 무대에 올라 프란치스코 역의 서인석과 함께 깊이있는 울림을 전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31일(현지시간)선종하면서 그와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과 영화 ‘두 교황’도 주목받고 있다. 신구의 말처럼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차별없는 ‘진리의 수호자’로 21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불렸다. 지난 2005년 교황직에 오른 베네딕토 16세는 당시 78세 나이로 275년 만의 최고령 교황이 됐다. 가톨릭 역사상 여덟 번째 독일인 교황이다. 그는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을 지키며 가톨릭의 정통 교리를 강조해왔다.

특히 즉위한 지 8년 만인 2013년 2월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나면서 가톨릭계를 뒤흔들었다. 종신직인 교황 자리에서 재임 중 자진 사임한 건 가톨릭 역사상 598년 만의 일이었다.
이 같은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는 연극과 영화로 제작됐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등으로 잘 알려진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은 실화를 토대로 이들의 대화를 상상해 극본을 썼다. 2019년 8월 영국에서 연극이 초연됐고, 영화로 제작돼 넷플릭스를 통해 같은 해 공개됐다. 영화는 제92회 아카데미,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골든 글로브 등 주요 영화 시상식 후보에 지명됐고 작품성으로 호평 받았다.

국내에선 입소문을 탄 영화로 먼저 알려졌고, 연극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초연했다.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었다.

영화와 연극은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밀도 높은 대화로 이뤄졌다. 전통적인 방향을 고수하는 베네딕토 16세와 진보적인 신념을 지닌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은 때론 치열하게 논쟁하고, 때론 인간적으로 교감한다.

은퇴 뜻을 밝혔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의 초대를 받고 휴가지로 그를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베네딕토 16세는 은퇴 승인을 해주지 않고 그와 대화를 이어가고, 자진 사임의 뜻을 내비친다.
정반대 성향인 두 사람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하게 맞선다. 보수적이고 원칙주의자인 베네딕토 16세와 개혁적이고 변화를 추구하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신념과 가치는 물론 성격도, 취향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대화와 자기 고백을 통해 간극을 좁히며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모습으로 나아간다.

작품 속에선 베네딕토 16세의 인간적인 면도 그려진다. 꼿꼿하고 완고한 모습이지만, 피아노와 맥주를 즐긴다. 사제들의 성추문과 비리 문제 등 사면초가 상황에 놓여있던 그에게 피아노와 음악은 평온을 주는 안식처로 묘사된다. 또 연극에선 독일식 농담으로 진지함 속에 유머를 가진 모습으로 담아냈다.

연극과 영화 모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맡아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했을 당시 나이(86세)와 비슷한 배우들이 관록의 연기를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연극 무대에 선 신구는 86세, 영화에 출연한 앤서니 홉킨스는 85세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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