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클라라는 무엇이 다를까… 2년 만에 돌아온 ‘호두까기인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4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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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발레 ‘호두까기인형’의 2막 엔딩 장면.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전설적 안무가 유리 그로고로비치가 안무한 버전이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의 발레 ‘호두까기인형’의 2막 엔딩 장면.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전설적 안무가 유리 그로고로비치가 안무한 버전이다. 국립발레단 제공

연말만 되면 빠지지 않고 대극장에 오르는 대표 무용극이 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고전 발레 3대 걸작으로 꼽히는 ‘호두까기인형’이다.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거장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1892년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된 후 올해 130주년을 맞았다.

연말 시즌 대표작답게 예매 열기도 뜨겁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UBC)과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4일 인터파크 무용 예매 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국립발레단은 17~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UBC는 22~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1막 초반 클라라의 집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이다. UBC 제공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1막 초반 클라라의 집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이다. UBC 제공

두 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모두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1776~1822)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을 원작으로 한다. 성탄절 전날 밤 주인공 소녀는 대부이자 마술사 드로셀마이어에게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는다. 인형을 품에 안은 소녀는 잠에 들고 무대는 소녀의 꿈으로 바뀐다. 대부의 마술로 소녀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호두까기인형은 호두왕자로 변신해 펼쳐지는 환상 동화다.

두 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제목과 음악, 원작 줄거리는 같지만 안무는 다르다.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버전으로 러시아의 전설적 안무가 유리 그로고로비치(95)의 작품이다. UBC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이 1934년 초연한 버전으로 차이콥스키 음악의 선율을 가장 잘 살려낸 안무가로 알려진 러시아의 바실리 바이노넨(1901~1964)이 만들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2막에서 러시아 인형들의 춤이 펼쳐지는 장면이다. UBC 제공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2막에서 러시아 인형들의 춤이 펼쳐지는 장면이다. UBC 제공

각각 다른 안무가가 설계한 만큼 작품의 구성과 안무는 차이를 보인다. 국립발레단의 안무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테크닉이 특징이다. 1막은 아역이, 2막은 성인 발레리나가 주인공을 맡는 UBC는 이해하기 쉬운 마임과 마술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 환상동화 같은 느낌을 주고 발레 입문작으로 좋다. 특히 2막에서 펼쳐지는 세계 5개국 인형들의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상관없이 펼치는 춤)에서 각 버전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국립발레단은 마임을 최소화한 테크닉 위주로 남녀무용수 2인이 파드되를 추는 형식이라면 UBC는 과자를 의인화한 각국의 민속춤을 4인 이상의 무용수가 함께 춘다.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여주인공 마리가 선물 받는 호두까기인형을 7~9세의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한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여주인공 마리가 선물 받는 호두까기인형을 7~9세의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한다. 국립발레단 제공

극을 끌어가는 인물도 다르다. 여주인공 이름이 국립발레단에선 마리, UBC는 클라라다. 또 주인공 소녀가 선물 받는 호두까기인형을 UBC에선 진짜 목각 호두까기인형을 사용하는 반면 국립발레단은 부설 발레아카데미 출신의 7~9세 어린 무용수가 직접 호두까기인형을 연기한다. 목각인형을 흉내 내는 어린 무용수의 춤을 보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다. 또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여주인공에게 호두까기인형을 선물하는 대부 드로셀마이어를 화자로 설정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극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내용을 따라오게 하기 위한 설정이다.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에서 2막 후반부 클라라의 꿈 속 여행이 끝나는 엔딩 장면. UBC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에서 2막 후반부 클라라의 꿈 속 여행이 끝나는 엔딩 장면. UBC 제공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동화 같은 여행을 하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엔딩 장면.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이 작품의 피날레로도 꼽히는 남녀 주인공의 그랑 파드되에 이어 소녀 마리 역을 맡은 어린 무용수가 무대로 등장하며 끝이 난다. UBC는 남녀 주인공의 파드되와 눈꽃 요정들의 춤의 향연이 끝난 후 잠에서 깨어나는 클라라의 침실에서 이야기가 끝맺는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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