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처럼, 자연인처럼… ‘월든’ 속 삶을 꿈꾸다[책의 향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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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시그널/브리스 포르톨라노 지음·최정수 옮김/272쪽·5만 원·복복서가

이탈리아의 울창한 숲에서 가족과 사는 조지는 “이곳에선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의미를 즉각적으로 느낀다”고 했다. 복복서가 제공
이탈리아의 울창한 숲에서 가족과 사는 조지는 “이곳에선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의미를 즉각적으로 느낀다”고 했다. 복복서가 제공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았던 미국 문인이자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소로 같은 삶을 꿈꾼 적이 있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불필요한 소비가 가득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숲과 호숫가에서 자연과 어울려 사는 삶 말이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저자는 어느 날 소로의 ‘월든’을 읽고 감명 받아 21세기의 소로들을 찾아다닌다. 은둔자의 조용한 일상에 스며들기로 한 것. 저자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에 걸쳐 이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온갖 신호가 범람하는 도시를 떠나 어떤 신호도 없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핀란드 통나무집에서 썰매 개들과 지내는 티냐는 “자연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준다”고 말했다. 복복서가 제공
핀란드 통나무집에서 썰매 개들과 지내는 티냐는 “자연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준다”고 말했다. 복복서가 제공
21세기의 소로들은 한겨울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핀란드에서 썰매 개들과 눈밭을 달리고, 이란의 거대한 산맥에서 말을 타며 페르시아 전통 궁술을 연습한다. 영국 북쪽의 시골 마을에서 보헤미안처럼, 이탈리아의 울창한 숲속에서 자연인처럼 산다. 어른뿐 아니라 아장아장 걷는 아이도 자연에서 인생의 충만함을 느낀다.

알리는 한때 이란 테헤란대 미술학과 교수였지만 이젠 산에서 말을 타고 달리며 행복을 느낀다. 복복서가 제공
알리는 한때 이란 테헤란대 미술학과 교수였지만 이젠 산에서 말을 타고 달리며 행복을 느낀다. 복복서가 제공
누군가는 일탈이나 객기라고 부를지 모르겠다. 인터넷이나 전기가 없는 생활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몇 개월만 지나면 지겨워져서 다시 도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진에 찍힌 21세기의 소로들은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코를 간질이는 이파리 냄새, 철썩철썩 들려오는 파도 소리, 손을 따뜻하게 데우는 모닥불의 온기가 가득한 삶을 살기 때문일 것이다. 올가을, 떠날 수 없다면 이 책을 펼쳐 보는 건 어떨까. 잠시나마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월든#사진작가#은둔자#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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