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로 돌아간 기분”… 38년 만에 뭉친 ‘송골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2일 1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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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 콘서트

38년 만에 함께 콘서트를 연 송골매의 배철수(왼쪽)와 구창모.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살이 떨릴 정도로 흥분을 했어요. 무대에 서니 코끝이 찡하고 목이 메네요.” (구창모)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기타를 메니 20대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배철수)

11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1980년대 전설의 록밴드 '송골매'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 배철수(69)와 리드보컬 구창모(68)는 들뜬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약 1만 명의 관객들은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구창모) “제가 된다고 했잖아요”(배철수)라며 격한 감동을 주고받는 두 사람에게 연신 환호를 보냈다. 송골매는 11,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11월까지 부산, 대구, 광주, 인천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을 이어 나간다.

검은 가죽자켓에 청바지, 검정색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한 송골매의 배철수.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송골매는 1979년 한국항공대 동아리 록 밴드인 ‘활주로’ 출신인 배철수가 결성했다. 1982년 홍익대 밴드 ‘블랙테트라’ 멤버인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한 뒤 2집 앨범을 발매하며 밴드의 전성기를 맞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KBS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를, 후속곡 ‘모두 다 사랑하리’는 4주간 1위를 차지했다. ‘처음 본 순간’ ‘빗물’ ‘하늘나라 우리님’ ‘모여라’ 등 여러 히트곡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다. 1984년 구창모가 밴드를 탈퇴했고, 1990년 배철수가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을 맡으며 정규 9집을 끝으로 밴드는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번 콘서트는 38년 만에 두 사람이 함께 꾸린 무대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곡은 송골매의 최대 히트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익숙한 전주에 맞춰 검정색 가죽 자켓에 청바지 차림의 배철수, 송골매 티셔츠에 흰색 재킷을 걸친 구창모가 등장하자 객석은 말 그대로 열광으로 가득찼다. 5060 여성 팬들은 ‘송골매’가 적힌 형광 응원봉을 흔들며 ‘소녀팬’이던 시절로 돌아갔다. 객석에선 플래카드를 흔드는 이도 눈에 띄었다. 특히 무대가 객석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움직이자 환호는 극에 달했다. 무대가 이동한 위치의 객석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고, 팔로 크게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열창하는 송골매의 리드보컬 구창모.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1980년대를 풍미했던 송골매의 음악을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객석을 채운 5060세대들이 청춘의 시절로 돌아간 듯 느끼게 만든 기획들이 눈에 띄었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 홀로 사무실에 남은 가장이 퇴근길 차 안에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듣다가 1980년대의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영상으로 공연이 막을 열었다. 공연 중간에는 스케이트를 타거나 디스코장에서 미친 듯 몸을 흔들며 춤추는 1980년대 청춘들의 영상들이 향수를 자극했다. 배철수는 “대한민국 락 콘서트 중 가장 평균연령이 높은 것 같다”며 “콘서트 제목대로 ‘열망’이 가득했던 10대, 20대 시절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44년 지기인 배철수와 구창모의 ‘티키타카’(말을 주고받기)는 더욱 재미를 배가시켰다. 2시간 반 내내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구창모가 탈퇴했던 당시 상황, 이후 솔로를 이어갔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978년 TBC 해변가요제에서 처음 만났던 순간을 회고하며 배철수는 “예선전에서 누가 노래를 하는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미성이었다. 알고 보니 구창모였다. 그 때부터 반했다”고 했다. 구창모는 “당시 배철수가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의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더라. 정말 멋있었다. 그 때 나도 반했다”고 화답했다.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오후 9시 30분까지 2시간 반 동안 27곡을 소화하면서도 무대 끝까지 눈을 빛내며 노래하는 두 사람에 관객들은 흠뻑 빠져들었다. 20대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머리는 하얗게 샜고, 눈가에 주름은 졌지만 청바지 차림의 두 뮤지션은 여전히 청춘이었다. 이날 부인과 공연장을 찾은 윤규남 씨(62)는 “아내와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들었던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하루였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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