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대, 상반된 삶… 20세기 韓中日 청년 6인의 시대정신 조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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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역사의 시그니처’ 총서
‘혁명과 배신의 시대’ 낸 정태헌 교수
韓 이광수-조소앙, 日 도조-후세… ‘다른’ 선택으로 전혀 다른 삶 궤적
“비판적으로 시대 성찰하지 않으면, 몰지성의 시대에 휩쓸린다는 교훈”

질풍노도나 다름없던 20세기 초 동북아시아의 ‘어떤 청년들’을 상상해 보자.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들은 동시대를 살았지만 각각 다른 길을 걸었고, 훗날 역사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어떤 이는 평화와 인권을 지킨 지사로, 누군가는 침략전쟁을 옹호한 전범으로, 그리고 또 다른 이는 나라와 동포를 배신한 변절자로….

1일 출간된 ‘혁명과 배신의 시대’(21세기북스)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삶의 궤적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당대 청년 6명을 조명했다. 모두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초 청년기를 맞이한 인물들. 독립운동가 조소앙(1887∼1958)과 소설가 춘원 이광수(1892∼1950), 일제 내각총리대신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와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지(布施辰治·1880∼1953), 사상가이자 작가인 루쉰(魯迅·1881∼1936)과 친일정부 주석을 지낸 왕징웨이(汪精衛·1883∼1944)다.

책을 쓴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64·사진)는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 시대 청년들이 불과 100년 전 동북아시아 청년들의 정신과 생애를 들여다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 보길 원했다”고 말했다.

“동시대를 살아간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제국의 침략에 동조하며 어두운 그림자를 남긴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지배 권력에 저항하며 평화와 인권의 시대를 열고자 노력했습니다. 당대 청년들의 상반된 삶을 통해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않는 이는 몰지성의 시대에 휩쓸린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어요.”

정 교수는 “특히 한국 독립지사들을 대변해 법정에 서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후세 변호사의 삶에서 ‘근대가 남긴 희망’을 봤다”고 했다. 그는 1919년 2월 8일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한국인 유학생 9명을 변호했다. 한일병합조약에 대해서도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침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국가와 민족, 젠더, 인종을 초월해 오직 인권을 변호한 후세의 시대정신은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혁명과 배신의 시대’는 21세기북스가 인문교양총서 시리즈 ‘역사의 시그니처’로 내놓은 첫 번째 책. 기원전부터 근대까지 동서양을 넘나들며 사상적으로 대척점에 선 인물들을 통해 그 시대를 조명하는 기획이다. 21세기북스는 “2027년까지 모두 18권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역사의 시그니처#혁명과 배신의 시대#정태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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