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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6·25때 육군병원’ 통도사, 현충시설 지정 기념 호국 위령재

입력 2022-06-20 03:00업데이트 2022-06-2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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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병 치료 증언만 있고 자료없어
2019년 미륵불좌상 복장물서 단서
육군병원 분원, 3000여명 치료 확인
성파 스님 “다신 이런 비극 없어야”
경남 양산시 통도사에서 18일 거행된 ‘현충시설 지정 기념 호국영령 위령재’. 이날 행사에는 6·25전쟁 희생자 유족과 스님, 불교 신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e붓다 제공
“6·25전쟁 중 뒤편 명부전에 부상병을 위한 교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불보사찰(佛寶寺刹·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인 통도사에 말이죠.”

경남 양산시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18일 거행된 ‘현충시설 지정 기념 호국영령 위령재’에서 영축총림 방장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성파 스님(사진)은 법어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성파 스님은 준비된 원고가 아닌 즉석 법문에서 “저는 고향 합천에서 전투로 젊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나라에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나라 정치를 잘하고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게 위령재를 하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통도사의 현충시설 지정은 주지 현문 스님을 중심으로 3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이뤄졌다. 6·25전쟁 중 많은 부상 군인이 통도사에 머물며 치료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전쟁 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통도사와 이별한다” “停戰(정전)이 웬 말?” 등의 문구뿐 아니라 탱크와 트럭, 아이 얼굴 등 사찰과 어울리지 않는 대광명전 벽면의 그림들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2019년 용화전 미륵불좌상 복장물(불상 봉안 시 넣는 물건)을 조사하다 6·25전쟁 때 통도사가 육군병원으로 쓰였다는 실마리가 나왔다. 통도사 주지를 지내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돕기도 했던 구하 스님은 친필로 쓴 ‘미륵불좌상조성연기문’에 “1950년 6월 25일 사변 후 국군 상이병(傷痍兵) 3000여 명이 입사(入寺)해 1952년 4월 12일 퇴거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1월 국방부는 통도사가 ‘제31 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으로 사용됐음을 확인하는 내용을 통보했고, 국가보훈처는 그해 11월 통도사를 현충 시설물로 지정했다.

이날 위령재는 불교의식에 이어 현문 스님의 봉행사, 성파 스님의 법어, 조계종 총무부장 삼혜 스님이 대독한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추모사, 군악대와 합창단의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현문 스님은 “긴 시간을 지나 제31 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역사가 온전히 드러났다”며 “통도사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아 전쟁 중 산화한 무명의 용사를 위로하고, 이 땅에 희생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주호영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스님과 불교 신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위령재에 앞서 연기문이 나온 용화전에서 ‘1000 미륵옥불 점안식’도 거행됐다.

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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