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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노래하는 포교사’→‘시인 스님’… “詩로 ‘내 안의 나’ 위로”

입력 2022-06-06 03:00업데이트 2022-06-0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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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초심호계원장 도신 스님
노래 스승은 가수 신중현-이남이, 중광 스님에게 그림 배우기도
노래는 감정 실어야 해 부담… 시 쓰며 내면 들여다보게 돼
모든 인연과 생사 문제 관련해 괴롭지 않은 내가 되게 수행 중
충남 서산시 서광사에서 2일 만난 도신 스님이 기타를 치고 있다. ‘노래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도신 스님은 2018년 등단해 지난달 첫 시집을 냈다. 서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충남 서산시 서광사에서 2일 만난 도신 스님(60)은 부처의 옆모습을 닮은 캐릭터를 그리고 글을 써주며 한 권의 시집을 건넸다. ‘노래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그가 올해 5월 출간한 첫 시집 ‘웃는 연습’이다. 그런데 저자의 이름은 도신이 아니라 8세 때 출가한 그의 속명(俗名) 박금성이다.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날개 잃은 매미/앉아 울 수 있는/나무가 되어주신 당신께/목청 돋웁니다.’

―매미와 나무는 누구인가.


“매미는 나다. 나무는 부처님일 수도 있고, 내 이야기와 노래, 시를 들어주는 모든 분들이기도 하다.”

―요즘 노래는 부르지 않나.


“1년에 한두 번 여는 산사음악회를 빼면 2012년 6집을 낸 뒤 무대에 서지 않는다. 나이가 있어 소리도 안 나오고, 노래는 아무래도 감정을 많이 넣어야 해서 부담스럽다.”

―시집에 속명과 비슷한 금자, 금순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나온다.

“내 밑으로 금자, 마리아, 젖먹이였던 금순까지 세 여동생이 있었다. 살면서 계속 찾았지만 다시 볼 수 없었다.”

차를 따라 주던 그는 과거의 사연을 노래처럼 시처럼 이어갔다. 인천에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충남 예산군 수덕사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덕숭총림 2대 방장을 지낸 벽초 스님(1899∼1986)을 시봉했고 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인 법장 스님(1941∼2005)을 은사로 모셨다. 1979년 ‘걸레 스님’을 자처하며 화가로 활동했던 중광 스님(1934∼2002)을 만나 그림을, ‘울고 싶어라’의 가수 이남이, 신중현에게 노래를 각각 배웠다.

―중광 스님과는 어떻게 만났나.


“수덕사 매표소 밑에서 승복을 입은 채 ‘한 오백년’이나 나훈아, 조미미의 노래를 부르고 있던 시절이다. 중광 스님이 다가와 ‘은사가 누구냐? 노래 잘 부른다. 나랑 같이 가자’고 하더라. 이후 먹을 갈아드리며 10년 그림 수발을 했다. 이남이 선생이 중광 스님의 머리 기른 제자, 유발상좌여서 노래도 배웠다.”

―은사인 법장 스님이 흔쾌히 허락했나.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40대의 도신 스님. 공주시 제공
“기타가 많이 부서졌다. 하라는 중노릇을 안 배우고, 용돈 주면 기타와 악보를 사고 뒷산에서 노래나 했으니…. 중광 스님과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결국 허락이 떨어졌다.”

―그때 그림과 노래 실력을 쌓은 건가.

“그림은 ‘서당 개 3년 풍월’이라고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 노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노래를 통해 동생들과 어머니를 찾고 싶었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다. 노래도 그만두려고 했는데 듣는 분들이 좋아해 가사만 바꿔 노래하는 포교사 역할을 하려고 했다.”

―이제는 ‘시인 스님’이 됐다.


“2018년 시인으로 등단했고 뒤늦게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노래는 리듬 음정 강약뿐 아니라 감성에 묶여 있어 그게 힘들더라. 시는 좀 더 자유로운 편이다. 시를 쓰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니, 내면에 원망과 눈물이 아직도 남아 있더라. 첫 시집을 내면서 ‘내 안의 박금성’을 많이 위로하며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3월 종단의 사법부 격인 초심 호계원장을 맡았다.

“은사께서 열반한 뒤 조언해 주는 분이 없는 게 살면서 가장 아쉽더라. 당사자들도 납득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초심 호계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무엇을 하기보다는 안 하는, ‘쉬는 공부’를 배우려고 한다. 모든 인연과 생사 문제와 관련해 괴롭지 않은 내가 되기 위한 마음공부다.”

서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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