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록 명곡, 스크린 속으로… 여름 극장가 거친 기타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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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대작들, 록 울리며 관객몰이
7월 개봉할 ‘토르…’ ‘미니언즈2’ ‘Sweet Child O’Mine’ 등 록 삽입
기성세대 “추억” 젊은층은 “신선”
내달 개봉 ‘엘비스’ ‘탑건’에도 레이디 가가 등 록 사운드 선율

20세기를 빛낸 록 음악과 2022년 첨단 영화가 스크린 안에서 잇따라 만난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토르: 러브 앤 썬더’, 미국 밴드 ‘건스 엔 로지스’, ‘미니언즈2’, ‘토르:라그나로크’. 각 영화사
20세기를 빛낸 록 음악과 2022년 첨단 영화가 스크린 안에서 잇따라 만난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토르: 러브 앤 썬더’, 미국 밴드 ‘건스 엔 로지스’, ‘미니언즈2’, ‘토르:라그나로크’. 각 영화사
“난… 찾고 싶어. 진짜 내 모습을…!”

노을 지는 언덕 위, 명상하듯 가부좌 튼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저렇게 뇌까리자 이내 등장하는 유명한 마블 스튜디오의 오프닝 화면. 강렬한 전기기타 연주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곡목은 미국 록 밴드 건스 엔 로지스의 ‘Sweet Child O’Mine’.

최근 공개된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7월 개봉 예정) 예고편의 한 장면이다. 이 예고편의 수많은 유튜브 리액션 영상에서는 저 음악이 등장하는 순간, 수많은 누리꾼이 머리를 감싸 쥐거나 환호를 지르며 감동한다. ‘Sweet Child O’Mine’은 1987년 발표돼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한 곡. 토르의 팬들은 마치 35년산 위스키 병이라도 발견한 듯 자축하는 분위기다.

올여름 개봉하는 대작 영화들에 20세기 록 명곡이 잇따라 삽입돼 기성세대에게는 반가움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하다는 반응을 사고 있다. 7월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미니언즈2’의 예고편에는 밴드 머틀리 크루의 ‘Home Sweet Home’이 쓰였다. 완구 시장에서도 인기 높은 귀여운 미니언즈 캐릭터의 좌충우돌 장면에 저 1985년산 록 발라드가 흐른다.

대형 스크린에 20세기 록 음악이 돌아오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계에서 차트 ‘역주행’이 보편화된 시대다. 옛 명곡의 삽입은 영화에 새 음악을 만들어 넣는 것만큼이나 유효한 상업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세기 록 스타일은 최근 힙스터 장르로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Z세대 팝스타들이 자신의 음악에 재현하거나 음악적 헌정을 하면서 젊은층이 새로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바야흐로 ‘엔데믹’ 시대다. 여름 대작 개봉에 가족 단위 극장 나들이 관객이 몰리는 소리가 벌써 들린다. 두 세대, 세 세대가 은막 앞에서 공유할 화제로 이런 음악이 십분 기능할 수 있다. 팬데믹이 닥치기 전에 여러 세대를 아우른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 열풍도 떠오른다.

스크린이라는 돛을 단 20세기 록의 새로운 항해는 이달 발표된 슈퍼스타들의 신곡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팝스타 도자 캣은 6일 낸 신곡 ‘Vegas’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Hound Dog’(1956년)를 재해석했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엘비스’(6월 개봉 예정)에 실린 곡이다. 레이디 가가는 3일 발표한 싱글 ‘Hold My Hand’에 호쾌한 록 사운드를 담았다. 다음 달 개봉할 ‘탑건: 매버릭’에 실릴 곡. 무려 36년 만에 나올 ‘탑건’(1986년)의 후속편이다.

‘엘비스’의 연출자 배즈 루어먼은 1960년대생, ‘탑건: 매버릭’ ‘토르: 러브 앤 썬더’ ‘미니언즈2’의 감독은 모두 1970년대생. 20세기 록에 향수를 지닌 세대다. 영화사 하늘의 최경미 이사는 “토르 시리즈의 경우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2017년)에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을 사용해 화제가 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이번 편에도 메가폰을 잡은 만큼 자신만의 음악적 콘셉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와이티티 감독은 본인 연출작 ‘조조 래빗’(2019년)에서도 예고편에 미국 로커 잭 화이트, 본편에 비틀스와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등장시키며 음악적 취향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영화#여름 대작#록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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