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어령 유고시집 출간…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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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뉴스1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뉴스1
지난달 26일 타계한 고(故) 이어령 문화부 초대장관의 유고시집이 출간됐다.

출판사에 따르면 고인은 생의 마지막 무렵에 이 시들을 모아 정리하고 표지와 구성 등 엮음새를 살폈으며 별세하기 며칠 전, 어렴풋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서문을 읊으며 이 시집을 완성했다.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서문 중)

유고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에는 고인보다 먼저 작고한 딸 이민아 목사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시들을 비롯해 고인이 노년에 성찰한 내용이 담겼다.

시집은 4부로 짜였다. 1부 ‘까마귀의 노래’는 신에게 나아가 얻은 영적 깨달음과 참회를, 2부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은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감사와 응원을 담았다.

“내 검은 날개를 첫눈이 내린 아침만큼 희게 하소서”(까마귀의 노래 중)

“죽은 자와 산 자와 태어날 모든 아이들을 위해/ 생명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눈물을 흘릴 기도의 시간을 갖게 하소서”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 중)

3부 ‘푸른 아기집을 위해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와 희망을, 4부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딸 이민아 목사를 잃고 난 후 고통과 그리움의 시간을 담고 있다.

“눈부신 햇살이 이부자리를 개는데/ 네가 누운 자리에도 아침이 왔다/ 먹지 못해 머리맡에 둔/ 사과처럼 까맣게 타들어가도/ 향기로운 너의 시간”(오늘도 아침이 왔다 중)

“목도리를 두른 겨울 기억들은 따뜻하고/ 등에 업힌 너는 체중이 없다// 바람개비는 바람의 상자/ 조개껍질은 바다의 상자/ 너는 내 기억의 상자”(기억상자 중)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한편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으며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그는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문학평론)으로 활동했다.

◇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이어령 지음/ 열림원/ 1만3000원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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