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왕릉원서 돌 얹은 토기 2점 발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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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무덤서 처음 발견된 형태
학계 “장례문화 밝힐 핵심 단서”

충남 부여군 부여왕릉원 4호분의 입구 쪽 묘도에서 발견된 토기 2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충남 부여군 부여왕릉원 4호분의 입구 쪽 묘도에서 발견된 토기 2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백제 왕릉인 충남 부여군 부여왕릉원 4호분 입구 근처 묘도(墓道·외부에서 무덤에 이르는 길)에서 돌을 얹은 토기 2점이 발굴됐다. 이 무덤은 사비백제(538∼660년) 시대에 지어진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이다. 백제 고분 가운데 묘도에서 의도적으로 묻은 토기가 발견된 건 처음이다. 학계에서는 백제시대 왕실 장례문화를 밝힐 수 있는 단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부여왕릉원 4호분(서상총) 발굴조사 중 묘도 바닥 양쪽에서 똑바로 세워진 채 묻힌 완형 토기 2점이 발견됐다”고 23일 밝혔다. 총 11.6m에 이르는 묘도 중 현실(玄室·시신을 안치하는 방)로 들어가는 입구로부터 5m가량 떨어진 곳에서 토기가 나왔다. 묘도 양 끝에 파인 구덩이에 납작한 돌로 입구를 막은 토기 2점을 묻어놓은 것. 두 토기는 49cm 높이로 모양이 거의 비슷하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고고학)는 “무덤 축조 당시부터 토기를 묻는 시설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발견된 토기는 시신 옆에 놓는 부장품이 아닌, 정교하게 짜여진 당대 장례문화”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삼국시대 사찰 등에서 발견되는 진단구(鎭壇具) 성격이 짙다는 추측도 나온다. 진단구란 건물을 세울 때 악한 기운을 막기 위해 기단 하부에 공양하는 매장품을 말한다. 김환희 부여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땅의 신에게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고 시신을 보호해 달라는 의례를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토기 안에서 나온 흙에 대해 유기물 분석을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오면 토기에 음식을 담아 묻었는지가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부여왕릉#백제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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