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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속 사랑과 욕망의 패션 코드 5

이진수 기자 |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01-28 03:00업데이트 2022-01-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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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펼쳐지는 런웨이
구찌 가문의 스토리와 함께 화려한 패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던 그 이름, 구찌를 갖기 위해 구찌를 죽이기로 했다.’

소개 글 한 문장만으로도 이 화려한 브랜드에 얽힌 돈과 권력, 욕망을 짐작할 수 있는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2001년 사라 게이 포든의 동명 소설이 출간됐을 당시부터 이 작품을 스크린에 옮기길 열망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은 레이디 가가, 애덤 드라이버, 알 파치노, 자레드 레토 등 초호화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구찌 패밀리의 가장 호화로웠던 순간을 그려내기 위해 영화 의상 디자이너 잔티 예이츠와도 손을 잡았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 시상식 의상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잔티 예이츠는 구찌 가문의 아카이브를 재현하기 위해 무려 500여 벌의 의상을 제작했다. 덕분에 상류층의 럭셔리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의 스타일링, 구찌 후계자 마우리치오(애덤 드라이버)의 맞춤 슈트, 독특한 컬러와 소재의 믹스 매치를 구현하는 파울로(자레드 레토)의 파격적인 의상 등 스크린을 런웨이 삼아 등장하는 패션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시즌 백화점에 옮겨 놓는다면 오픈런을 부를 것 같은 영화 속 패션 스타일링을 살펴봤다.

01 구찌 아카이브에서 포착한

로고 룩

방대한 작업을 위해 잔티 예이츠와 그의 팀은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구찌박물관을 방문, 구찌의 브랜드 아카이브를 세밀하게 살폈다. 거기서 포착한 두 가지 아카이브 룩이 파트리치아의 의상으로 재탄생한다. 구찌의 시그니처인 인터로킹 G 로고를 패턴화한 슈트 한 벌과 실크 블라우스 및 가죽 스커트로 구성된 투피스가 바로 그 것.

이 두 벌의 옷은 영화에서 구찌를 향한 파트리치아의 짝사랑이 극적으로 치닫는 순간에 각각 노출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구찌 패턴의 팬츠 슈트는 파트리치아가 구찌 브랜드를 도용한 카피 제품을 찾기 위해 뒷골목을 헤매고, 위조품을 확보한 후 남편 마우리치오와 시숙부 알도(알 파치노)에게 카피 제품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장면에 등장한다. 하지만 두 남자는 “구찌는 너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의 이름”이라고 말하면서 파트리치아를 실망시킨다. 심지어 실크 블라우스와 가죽 스커트는 마우리치오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 장면에 등장하며 눈길을 끈다.


02 첫 만남의 강렬함을

상징하는 빨간 드레스


마우리치오와 파트리치아는 1970년 처음 만났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날의 만남 당시 파트리치아가 입은 옷은 분홍색 드레스였다. 하지만 잔티 예이츠는 두 사람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의상을 레드 컬러 새틴 드레스로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극적인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해 블랙 컬러 긴 장갑을 매치하고 어깨 라인을 리본으로 처리해 로맨틱한 이미지를 더했다. 의상팀과 레이디 가가가 50회에 달하는 가봉 과정을 거쳐 완성한 드레스는 스크린 속에서도 화려한 파티와 첫 만남의 강렬한 이미지를 극적으로 그려내는 장치로 작용했다는 평을 받는다.

03 생 모리츠 스키장에서

펼쳐진 패션 라이벌전

기업에 닥친 세무조사 위기 이후, 파트리치아가 생 모리츠 스키장에서 다시 만난 남편은 이미 과거의 소꿉친구 파올라(카미유 코탱)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낀 상태. 극적인 감정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의상팀은 마우리치오와 연인 파올라에게는 순백의 스키복을 입혀 통일성을 부여한 대신, 파트리치아에게는 블랙과 레드 스키복을 스타일링했다. 모든 스키복은 빈티지 스키복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되 라인과 장식을 현대식으로 재구성해 맞춤 제작했다고.

04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구찌 아이템


파트리치아와 관련해 잘 알려진 일화 중 하나는 그가 “자전거를 타면서 행복한 것보다 롤스로이스를 타고 우는 것이 낫다”고 말한 것이다. 이처럼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 주인공의 캐릭터를 부각하고자 의상팀은 장면 곳곳에 화려한 소품을 배치했다. 남편의 사촌 형 파울로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작업실을 방문한 날, 파트리치아는 볼드한 도트 패턴의 드레스 위에 구찌의 더블 G 가죽 벨트로 포인트를 줬다.

이후 사촌 형제간의 브랜드 사용권 다툼이 불거지면서 언쟁이 일어난 성당 앞 장면에서 파트리치아는 보라색 드레스에 블랙 컬러 페블 백과 네이비 컬러 실크 스카프를 매치해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영화 후반부 내내 파트리치아의 얼굴 위에서 빛난 오버사이즈 선글라스 역시 구찌에서 오랜 시간 인기를 끌어온 아이템이다.

05 로돌포의 역작

플로라 스카프


주인공이 착용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이 영화엔 구찌의 히스토리와 아카이브에서 아이코닉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플로라 스카프도 등장한다. 마우리치오의 아버지인 로돌포(제레미 아이언스)가 디자인한 이 스카프는 로돌포의 저택 내 사무실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전시돼 있다. 로돌포가 조카 파울로의 디자인에 대해 비난을 쏟아낸 후, 파울로의 폭발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요소로도 활용된다.

이 스카프는 1966년 처음 선을 보인 것으로, 모나코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선물용 스카프를 찾아 구찌 매장에 방문했던 일화와 관련돼 있다. 당시 구찌는 스카프 라인을 전개하지 않았는데, 이후 로돌포가 직접 나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였던 비토리오 아코르네로와 작업을 진행해 플로라 스카프를 완성했다. 이 디자인은 현재까지 꾸준히 재해석되는 구찌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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